학생지도비는 교직원 쌈짓돈?..카톡 안부 13만 원, 옷 바꿔 입고 속임수도
[앵커]
국립대 교직원들은 급여 외에 별도로 학생 지도비라는 것을 받고 있습니다.
교직원들이 받을 수 있는 비용이라고 법에 명시돼 있지만, 전제는 말 그대로 학생을 지도한 실적이 있어야 받을 수 있는 겁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한 해 국립대 12곳의 학생지도비 실태를 처음으로 조사했는데, 10개 대학에서 부당 지급 사례를 적발했습니다.
문제가 된 학생지도비, 모두 94억 원에 이릅니다.
전체 국립대에 해마다 천억 원 넘는 학생지도비가 집행되는 점을 감안할 때, 조사를 확대하면 문제 사례는 더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학생지도비는 학생들이 내는 수업료에서 나옵니다.
학생지도비를 둘러싸고 국립대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먼저 송명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10분에 10만 원.
경북대 한 교직원은 학생을 상담했다며 '학생지도비'로 이렇게 받았습니다.
전북대에선 교직원 한 명이 학생 5명을 동시에 만나고는 한 명당 20만 원씩을 학생지도비로 받았습니다.
'학생 지도'가 대체 뭔지, 구체적으로 규정돼있지 않다 보니, 교직원들은 이렇게 학생 상담을 학생지도 내역으로 많이 올립니다.
[김응태/국민권익위원회 복지·보조금 부정신고센터장 : "실적에는 20번 만났다고 되어 있는데, 2번 만났거나 아예 한 번도 안 만나 본 사람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 19로 교직원과 학생의 접촉이 쉽지 않던 상황,
그런데도 일부 대학에선 상담이 원활히 진행됐습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카카오톡 대화도 상담으로 인정한 겁니다.
어떤 내용을 상담이라 한 건지 확인해 봤습니다.
잘 지내는지, 온라인 수업은 잘하고 있는지, 이런 안부 정도도 학생 지도가 됐습니다.
카카오톡 한 건 당 13만 원, 한 교직원은 370만 원을 학생지도비로 받았습니다.
단순한 이메일 발송이 '학생지도'가 되기도 했습니다.
학생 30명에게 학교 홈페이지의 공지 사항을 다시 전하고는, 1명이라도 메일을 열어보면 실적이 됐습니다.
방송통신대학교 사례입니다.
[김응태/국민권익위원회 복지·보조금 부정신고센터장 : "학교 게시판에 공지된 내용을 학생들에게 메일로 보내면 그게 상담 지도활동으로 인정되고 연간 500만 원 탄 경우도 있고요,"]
순천대에선 눈속임으로 실적을 부풀리기도 했습니다.
학내 순찰 같은 안전지도를 하면서 겉옷을 더 챙겨와 바꿔 입고는 서로 다른 날 활동인 것처럼 사진을 찍어 냈습니다.
[○○ 대학 관계자/음성변조 :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아마 작년에 코로나 상황 때문에 조금 소홀한 부분도 있었는가 봐요."]
규정도, 감독도 허술한 학생지도비 집행 실태가 드러나자, 교육부는 38개 국립대학 모두에 대해 특별 감사를 벌이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송명훈입니다.
송명훈 기자 (sm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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