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도 못 느끼게 하고 몸이 부서지도록 달리게 했나..미국 대표 경마대회 '도핑 파문'
2차도 걸리면 자격 박탈 '일파만파'
[경향신문]
인간 선수에게만 ‘도핑’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다. 말에게도 ‘금지약물’이 투여된다. 인간보다 조금 더 잔인하다. 인간 선수는 집중력을 높이거나(암페타민 등 안정제 계열) 근육의 힘을 키운다(스테로이드 등 근육 강화제). 말에게는 고통을 잊게 하는 ‘강력한 진통제’가 투여됐다.
전통과 명예를 자랑하는 미국 대표 경마대회 켄터키 더비의 2021년 우승마 메디나 스피릿이 금지약물 테스트 통과에 실패했다. 메디나 스피릿은 지난 2일 열린 대회에서 기수 존 벨라스케스와 함께 우승을 차지했지만, 첫번째 샘플의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이 나왔다. 2번째 샘플에 대한 추가 테스트 결과는 다음주 나올 예정이다. 2번째 테스트에서도 금지약물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우승 자격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
메디나 스피릿에게서 검출된 약물은 통증과 부기를 줄이기 위해 관절에 주사되는 스테로이드 제제 ‘베타메타손’으로 알려졌다. 베타메타손 같은 진통제가 주사될 경우 말이 고통을 느끼지 못하면서 더 빨리 달릴 수 있게 한다. 부상 부위에 무리한 손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 몸이 부서져도 뛰게 만드는 셈이다.
이번 파문은 메디나 스피릿의 트레이너가 경마 명예의전당에 오른 밥 배퍼트라는 점에서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배퍼트는 경주마 성장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고 켄터키 경마에서만 모두 7번이나 자신의 담당마를 우승시켰다.
느슨한 규제 때문에 미국 경마 도핑 의혹은 계속 있어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경마 트레이너들은 말이 더 빨리 달릴 수 있게 소와 돼지, 닭 등 식용 가축을 성장시키는 화학물질은 물론 코브라 독과 심지어 비아그라, 암 치료제 등을 주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연방정부는 경마 산업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도핑 등을 더욱 엄격히 다루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2022년 7월 발효된다.
경마 도핑 파문은 앞으로 더 큰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마권 판매 및 당첨금 규정상 순위 결정 몇 분 뒤에 당첨금 배분 등이 모두 끝나기 때문이다. 메디나 스피릿이 최종 실격될 경우 2위인 만달룬이 챔피언에 오르는데, 이 경우 경마 팬들의 항의가 거셀 수밖에 없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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