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세 할머니,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

이성희 기자 2021. 5. 11.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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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졸 장명자씨 "아는 게 힘이라 대학까지 진학해 공부할 것"
와상장애인 이은지씨도.."마음 치유 심리상담사 되고 싶다"

[경향신문]

“살아있는 동안에는, 정신이 말짱한 동안에는 끝까지 공부하고 싶어요.”

올해 첫 초·중·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에 최고령으로 합격한 초졸 장명자씨(84)는 11일 합격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일제강점기인 1936년에 태어난 장씨는 어려서부터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남편이 세상을 뜬 지난해에야 연필을 잡을 수 있었다. 처음엔 할 일이 없어서 시작한 공부지만 새벽 3~4시에 일어나 교과서를 들여다봤다. 시간 나는 틈틈이 수학 문제를 풀었다. 그때마다 ‘여자라도 배워야지, 알아야 힘이 난다’고 생각했다.

장씨는 초졸에 만족하지 않고 중·고등학교 졸업은 물론 대학 진학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고 꿈이 거창한 것은 아니다. “이 나이에 배워서 뭐가 되고 싶겠어요. 하지만 누구든지 아는 게 힘이잖아요.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남의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는 있어야지.” 장씨는 연신 “지금이라도 공부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와상장애인 이은지씨(30)도 이날 중졸 검정고시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이씨는 “장애인으로 살면서 부당한 일을 많이 겪다보니 배움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고통과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 공부를 계속해 사람들의 마음과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는 심리상담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누워서 생활하는 이씨가 검정고시에 합격할 수 있었던 데는 ‘찾아가는 검정고시’ 역할이 컸다.

서울시교육청은 2018년부터 고사장까지 이동이 어려운 중증 지체장애인은 자택이나 본인이 이용하는 복지관에서 검정고시를 치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씨도 재택시험을 봤다. 이 제도는 서울에서 시작해 현재 제주·인천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첫 초·중·고교 검정고시에 4323명이 응시해 3703명이 합격했다고 밝혔다. 합격률은 85.65%로 지난해 치러진 검정고시 2회 평균 합격률 83.64%보다 소폭 상승했다. 이번 검정고시 최연소 합격자는 초졸 시험에 응시한 최재원군(11)이다.

검정고시 합격자는 교육청 홈에듀민원서비스나 초·중·고교 행정실, 교육지원청 민원실을 통해 합격증명서와 성적증명서 등을 발급받을 수 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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