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터진 두 살 입양아 학대, 국회는 특별법 제정 서둘러야
[경향신문]
양부모의 모진 학대 끝에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이 사건’의 공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끔찍한 아동학대가 또 일어났다. 11일 경기남부경찰청은 9개월 전 입양한 두 살배기 딸을 학대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린 30대 양부 A씨를 아동학대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중상해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아이가 칭얼거린다는 이유로 이달에만 세 차례 손과 구둣주걱으로 얼굴과 머리 등을 4~5대씩 때린 것으로 밝혀졌다. 온몸에 멍이 든 채 뇌출혈 증세를 보인 아이는 응급 수술을 받고도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접하는 아동학대의 잔혹성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경찰은 아이가 비쩍 마른 데다 상처 부위도 곳곳에 있는 점 등으로 미뤄 그 전에도 학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추가·상습 학대 혐의를 엄정히 수사하고, A씨 부부의 친자녀 4명에 대한 학대 여부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
입양기관이 불과 한 달 전에 이 가정을 방문하고도 학대 정황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입양특례법상 입양 후 첫 1년간은 입양기관이 사후 관리를 맡게 돼 있어 경기도내 한 사회복지단체가 지난해 10월, 올 1월에 이어 지난달에 세 번째로 방문 면담을 했지만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후 관리의 부실과 공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입양기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경찰,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이 적극 공조해 빈틈없이 살펴보는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11일은 정부가 정한 입양의날이다. 국내 입양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짚어보고 공적인 돌봄 책임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아동학대는 비단 입양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동권리보장원이 조사한 학대 발생 가족 유형을 보면 친부모 가족이 57.7%로 다수이고, 입양 가정은 0.3%에 불과하다. ‘내 아이는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되는 가정 내 모든 아동학대를 뿌리 뽑는 게 급선무다. 지난 2월 국회에서 이른바 ‘정인이법’이 통과됐다. 아동학대 살해죄를 신설하고 가해자 처벌을 강화한 게 골자다. 그런데도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것만으론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정부가 직접 조사에 나서 구체적인 근절 대책을 수립하도록 하는 아동학대 진상조사특별법 제정이 시급한데, 이 법안은 발의된 지 석 달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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