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논란 장관' 임명 강행도, 총리 인준 연계도 맞지 않다

2021. 5. 1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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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가 11일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 주재로 회동하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도덕적 흠결이 지적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오는 14일까지 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전날 취임 4주년 회견에서 “국회 논의를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힌 대로 한번 더 공을 국회로 넘긴 것이다. 당장 청와대가 임명 강행을 선택지에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야당이 청문보고서 채택을 반대한 여러 장관들을 재송부 절차를 거쳐 임명한 바 있다. 4·7 재·보선 참패 후 여권 스스로 변화·소통을 앞세웠던 것과 달리 세 후보자 모두 임명을 강행한다면, 독선·불통의 큰 수렁에 파묻혀버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공을 넘겨받은 국회, 그것도 여당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문 대통령은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세 후보 발탁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도덕성과 능력을 비교·판단해달라는 문 대통령 요구는 청문회 후 부정적 여론과 결이 다르고, 정의당도 임·박 두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재차 요구하고 나섰다. 임 후보자는 해외출장 가족동반과 논문 내조 등이, 박 후보자는 부인의 도자기 무관세 반입 문제가 제기됐다. 문 대통령이 14일까지 ‘국회의 시간’을 나흘간 넘겨준 데는 여야 협의와 민의를 더 지켜보겠다는 뜻도 담겼을 수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얼마 전 ‘내로남불’ 반성과 혁신을 주문받은 초선 간담회에 이어 11일 재선 간담회에서도 “당 중심의 결단” 요구에 맞닥뜨렸다. 국민 속에서 길을 찾고 당 주도의 국정운영을 약속한 송 대표 체제도 중대 기로에 섰다. 민주당은 흠결과 능력을 견주고 야당과의 협의를 거쳐 민심에서 멀어진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책임있게 요구하기 바란다.

국회에서는 청문회를 마친 김부겸 총리 후보자의 인준 절차도 멈춰 서 있다. 이날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국민의힘은 장관 후보자 임명 문제와 연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청문회부터 적격성 시비가 크지 않았던 김 후보자는 정의당도 큰 결격 사유가 없다고 봤다. 코로나19 방역과 민생 현안이 산적한 속에서 총리직 공석이 길어지고 국정 공백이 노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과도한 발목잡기와 정쟁은 국민들도 냉정히 분별한다. 국민의힘은 수권 능력과 여론을 제대로 읽는 제1야당으로 인정받으려면 총리 인준은 하루속히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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