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손실보상제, 업종·보상범위 청문회 열고 소급적용 입법해라
[경향신문]
여야가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손실을 보상하는 손실보상법을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우선 심사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손실보상법의 적용 업종과 소급적용 문제에 대한 여론수렴을 위해 입법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손실보상 입법 논의가 재시동을 건 것은 다행이지만, 올 초부터 제기된 손실보상제 입법 청문회를 이제야 열겠다는 정치권 움직임은 지나치게 굼뜨다는 인상을 지울 길 없다.
물론 손실보상 입법 작업이 지연되는 데는 어떤 업종에 할지, 소급적용을 할 것인지 까다로운 쟁점이 적지 않은 사정이 있다. 손실보상 대상에 중소기업·여행업 등을 포함시켜야 할 것인지, 손실보상 산정 기준을 영업이익·매출액 등에서 어떤 것으로 할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여당 내부에는 보상 대상을 정하는 과정에서 형평성 시비가 일 것을 우려해 입법에 소극적인 기류도 있다. 게다가 소급적용 문제는 기획재정부가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논의에 진척을 보지 못했다. 정부는 재난지원금을 통해 이미 13조4000억원에 달하는 재정이 투입된 것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사정도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직면한 현실을 감안하면 변명거리가 될 수 없다. 국세청의 개인 일반사업자 부가가치세 매출신고 자료를 보면, 지난해 52개 자영업자 업종 중 55.8%인 29개에서 매출액이 전년보다 줄었으며 그 총액이 19조원을 넘었다. 지난해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1년 전 684조원보다 118조원(17.3%)이나 증가했고, 대출받은 자영업자 수도 47만명이 늘어났다는 통계도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7년 4월 569만5000명이던 자영업자 수도 지난 3월 현재 23만9000명이 줄었다고 한다. 코로나19 영업제한으로 매출이 줄어든 자영업자들이 빚을 내며 버티다 끝내 폐업의 길로 들어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 도심에도 셔터 내린 상가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정치권은 손실보상 입법 취지를 되새기며 속도를 내야 한다. 행정조치로 영업이 제한돼 손실을 본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보상하는 것은 헌법에도 규정돼 있는 정부의 책무다. 길 내는 데 토지를 수용당한 이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소급적용도 당연하다. 업종과 보상범위 등 까다로운 쟁점은 투명하고 합리적인 여론수렴을 통해 지혜를 모으면 풀릴 일이다. 그런 점에서 청문회가 도움이 되겠지만, 청문회가 입법을 늦추는 핑계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도 더 이상 재정건전성을 내세워 정치권의 입법 논의에 찬물을 끼얹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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