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로켓포에 이스라엘 보복 공습..미국은 개입 '주저'

이윤정 기자 2021. 5. 11.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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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의 예루살렘 공격에 네타냐후 "레드라인 넘어" 맞대응
'동예루살렘 팔 주민 강제 퇴거'로 충돌 격화 최소 28명 사망
이란핵합의에 '이스라엘 협조' 필요한 미국은 중재 못 나서

[경향신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무력충돌이 10일(현지시간)부터 이틀째 계속됐다. 10일에는 어린이 9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인 최소 24명이 사망했고, 11일 이어진 공습에 최소 2명의 팔레스타인인과 2명의 이스라엘인이 사망했다. 동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 정착민을 쫓아내려는 이스라엘과 이에 맞서는 팔레스타인 간의 무력충돌과 보복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커지는 국제사회 개입 요구에도 미국의 반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규탄 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했다. 미국은 이란핵합의(JCPOA) 복원 협상에 대한 이스라엘의 협조 등 변수를 따지느라 중재를 망설이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10일 팔레스타인 하마스는 이스라엘 예루살렘을 향해 200발 이상 로켓포를 발사했다. 예루살렘이 팔레스타인의 공격 목표가 된 것은 2014년 전쟁 이후 7년 만이다. 가자지구에서 날아온 대부분의 로켓포는 이스라엘의 방어시스템 ‘아이언 돔’ 미사일에 요격됐다. 보복에 나선 이스라엘은 밤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의 시설과 병력을 겨냥해 대규모 공습을 벌였고 팔레스타인 측 20여명이 사망했다. 11일에도 양측의 공습은 이어져 이스라엘 남부 도시 아슈켈론의 학교와 가자지구의 아파트가 폭염에 휩싸였다.

양측은 서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에 대해 “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우리를 공격하는 사람은 누구건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마스도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계속한다면 우리도 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하마스 측은 이스라엘의 범죄에 대한 대응으로 예루살렘을 공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뿌리 깊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에 기름을 부은 건 동예루살렘 셰이크 자라 지역 팔레스타인 정착민이 강제퇴거 위기에 몰리면서다. 지난달 12일 시작된 라마단 기간 동안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시위를 벌였고, 이스라엘 경찰은 무력으로 시위대를 진압했다.

동예루살렘이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지인 점도 갈등 요소다. 10일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전쟁에서 승리해 동예루살렘을 통일한 것을 기념하는 ‘예루살렘의 날’이다. 전국에서 온 유대인들이 이날 예루살렘에 모여 행진을 한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스라엘인들이 이슬람의 3번째 성지인 알아크사 모스크에 진입하는 것을 막겠다며 사원에 모였고, 이스라엘 경찰은 모스크 경내로 진입해 시위대 강제해산에 나섰다. 하마스는 모스크에서 이스라엘 병력을 빼라는 경고를 한 뒤 로켓포 공격을 감행했다.

터키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레인 등 아랍 국가들은 팔레스타인 편에 섰지만 국제사회는 미국의 반대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데 뜻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이날 유엔 안보리는 긴급회의를 통해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의 정착민 퇴거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려 했다. 하지만 미국이 성명을 심의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요청해 성명 발표는 무산됐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을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비난한다”면서 이스라엘 편에 섰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 등 미국 민주당 의원들은 조 바이든 정부를 향해 이스라엘 문제에 적극 나서기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의 속내는 복잡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직 주이스라엘 대사도 내정하지 못하는 등 중동 문제를 대외정책의 우선순위에 두지 않고 있다.

폴리티코는 “바이든 정부가 중국 등 경쟁국을 겨냥한 국가안보전략을 새롭게 짜면서 중동 문제에서 발을 빼려 한다”고 전했다.

또 “JCPOA에 반대하는 이스라엘과 관계가 어그러지면 JCPOA 재협상 논의가 어려워진다”며 미국이 중재자로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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