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 한 개면 모든 카드 등록 가능해진다..카드사, 상호개방 추진

전선형 2021. 5. 1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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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8곳..3월 공통 시스템 도입 합의
한 페이 앱에 다른 카드사 등록 가능해져
간편결제 시장 성장세에 주도권 확보 나서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간편결제 시장에서 ‘각자도생(各自圖生)’ 길을 걸었던 카드사들이 결국 힘을 합치기로 했다. 금융사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만 받으면 타 카드사 등록이 가능토록 규격화된 개방형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카드사 개별 시스템으로는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대형 정보통신기업)에 대항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8개 카드사, 앱카드 상호 개방 합의..연내 가능

1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카드 등 6개 전업카드사와 BC카드, 그리고 겸영카드사인 NH농협카드 등 8개 곳은 지난 3월 모바일협의체 회의를 통해 ‘앱카드 상호 연동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규격’ 개발에 합의했다. 사실상 카드사 공통의 개방형 ‘페이(간편결제)’ 시스템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모바일협의체는 카드업계가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6년 구성됐다. 앞서 언급한 8개 카드사가 회의를 주도하고 있으며, 여신금융협회는 사무국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에 카드사들이 추진하는 ‘앱카드 상호 연동 API 규격’이 만들어지게 되면 소비자들은 금융사 간편결제 앱 하나만 깔아도 여러 카드를 둥록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카드사 또한 카드사별 시스템에 맞춰 결제 정보를 주고받는 게 아니라 하나의 공통 시스템을 통해 정보를 주고 받게 돼 지금보다 수월하게 업무를 할 수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카드사들이 주도해 만들던 페이는 대부분 폐쇄형으로 자사 카드만 등록할 수 있었다”면서 “이번에 카드사 간 수월하게 개방형 페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공통의 규격을 만들자고 합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합의만 한 상태로 업체 선정, 시스템 개발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며 “업무가 빠르게 이뤄지면 연내에 가능할 것도 같다”고 전했다.

‘각자도생’에서 ‘적과의 동침’으로 전략 수정

그동안 카드사들은 각자 따로따로 간편결제 시스템을 만들고, 자사 카드만을 등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카드 ‘페이판’에서는 신한카드만 이용하도록 하는 식이다.

물론 KB국민카드 등의 일부 회사가 다른 카드사 카드도 등록할 수 있도록 개방형 시스템을 만들며 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실제 KB국민카드는 지난해 금융권 최초로 개방형 간편결제 앱인 ‘KB페이’를 출시했다. 국민은행 계좌 및 상품권 등을 결제 수단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심지어 QR이나 바코드 형식의 결제 방식에서 벗어나, 삼성페이처럼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근거리 무선통신(NFC) 등을 통해 오프라인 가맹점에서도 손쉽게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우리카드, 하나카드 등도 개방형 페이 시스템 도입을 줄줄이 선언했다. 하지만 각 카드사와 금융사 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지금까지 타사 카드 등록을 위한 협력이 이뤄진 적은 없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폐쇄형 페이를 고집하던 카드사들의 기조가 바뀐 이유는 카카오ㆍ네이버 등의 빅테크사가 간편결제 시장 내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평균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건수는 1455만건, 이용금액은 4492억원으로 전년보다 44.4%, 41.6% 각각 늘었다. 이용금액 가운데 네이버·카카오·쿠팡 등 ‘전자금융업자’의 간편결제 금액은 2052억원으로 무려 45.7%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금융사 간편결제 이용금액은 30% 수준이다. 후발주자인 빅테크사보다 뒤처진 셈이다.

카드업계는 이번 규격 시스템 개발로 카드사가 결제 범용성을 확보하면 간편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마이데이터 등 신사업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 개방형 페이 시스템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다른 카드사들이 경쟁을 벌이는 타 카드사에 종속될 것을 우려해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며 “ 공통 규격을 만들게 되면 어느 한 곳에 종속되지 않고 오히려 더욱 다양하게 카드 활용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선형 (sunnyju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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