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금호에 '태양광 유람선' 1년째 발 묶인 까닭

글·사진 이삭 기자 2021. 5. 1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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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시, 16억여원 들여 국내 최초로 도입 후 시범운항만

[경향신문]

충북 충주시 중앙탑면 탑평리 탄금호조정경기장에 설치된 유람선 선착장에 지난 10일 유람선이 정박돼 있다. 이 배는 2016년 충주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태양광 유람선이다.
선착장엔 ‘출입금지’ 현수막
선박의 안전 보장 ‘선급승인’
민간사업자, 아직 통과 못해
100% 태양광으로 운항 선전
실제 태양광 사용은 5% 불과

지난 10일 오후 충북 충주시 중앙탑면 탑평리 탄금호조정경기장. ‘탄금호 유람선 매표소’라고 쓰여 있는 조립식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이 건물은 ‘매표소’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방치돼 있었다. 창문은 창살로 막혀 있었고,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옆에 난 길을 따라 선착장으로 내려가보니 ‘출입금지’라는 현수막이 길을 막았다. 이 현수막은 수개월 동안 사람들의 출입을 막은 듯 이곳저곳 해져 있었다. 현수막 너머로 보이는 선착장에는 유람선 한 척이 정박돼 탄금호 물살을 따라 출렁거렸다. 왼쪽 뱃머리에는 이 배의 이름인 ‘탄금호 HYBRID(하이브리드)’가 파란 글씨로 박혀 있었다.

이 배는 충주시가 민간 사업자를 통해 전국 최초로 도입한 태양광 유람선으로, 승객 70명이 탈 수 있다. 하지만 태양광 유람선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선착장과 배 사이에 고압 전기선이 연결돼 충전을 하고 있었다. 풍경을 내다볼 수 있는 검은색 큰 창과 사람들이 나와 서 있는 갑판 등 배의 모습은 일반 유람선과 비슷했다. 그나마 다른 점이라고는 선박 지붕 양쪽 일부에 설치된 태양전지판이었다.

충주시가 도입한 태양광 유람선 ‘탄금호 HYBRID’가 1년 넘게 정상운항을 하지 못하고 있다.

충주시는 앞서 2016년 민간사업자와 협약을 통해 전국 최초로 태양광 유람선을 도입,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코스는 탄금호 세계무술공원을 출발해 용섬을 거쳐 충주호체험관광지까지 왕복 11㎞다. 50분 정도 걸린다. 이 사업을 위해 충주시는 시설비 16억9000여만원 등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현재 이 유람선은 선착장에 정박돼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2017년 5월 유람선 운항을 계획했지만, 배는 2020년 3월에서야 완성됐다. 탄금호에 도착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시범운항만 할 뿐이다. 민간사업자가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는 선급승인을 받아야 승객들을 태우는 등 정상운항이 가능한데 이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충주시는 2016년 민간사업자와 협약을 맺고 사업을 추진할 당시 ‘100% 태양광으로 움직이는 친환경 유람선’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정작 이 유람선은 전기충전 방식으로 운항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태양광 사용량은 5% 정도에 불과하다.

충주시 관계자는 “태양전지판을 유람선 지붕 전체에 설치하면 무게가 무거워지고 성능이 떨어질 수 있어 전기충전 방식을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에서는 해당 선박에 대한 선급승인이 처음으로 진행돼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달 말까지 선급승인을 받아 다음달이면 정상운항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민간사업자가 이번달 말까지 선급승인을 받지 못한다면 다른 사업자를 찾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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