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억대연봉 후폭풍] 이 와중에 노조 설립 잇따라.. 기업 부담 가중

황병서 2021. 5. 11. 19: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 무풍지대로 통하던 인터넷, 게임업계에 노조 설립이 확산되고 있다. 판교밸리내 IT 기업을 중심으로 '억대 연봉' 경쟁이 일상화 된 상황에서,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노조 설립이 잇따르면서 기업내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언택트(비대면) 수요 업종으로 분류돼 온 인터넷, 게임, IT 기업을 중심으로 노조 설립이 이어지고 있다. 통상 자동차 등 제조업체에서 주로 일어났던 노사 간의 극한 대립이 자칫 IT 업종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IT 업계내에서도 장시간 노동 등에 따른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이어져 왔지만, IT 업종은 노조활동이 미미한 곳이었다. 제조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체계와 고용조건 때문에, 제조업계와 같은 노조가 들어서기 어려웠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2018년부터 한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판교 지역의 IT 기업을 중심으로 노조 설립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2018년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고, 처우나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IT 업계에도 자연스럽게 노조 설립 붐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 2018년에 네이버·카카오·넥슨·스마일게이트·안랩에 노조가 만들어졌고, 지난해에도 엑스엘게임즈에 이어 올해 카뱅·한컴·웹젠 노조가 설립됐다.

올해 들어서도, 한글과컴퓨터와 카카오뱅크에 노조가 생겼다. 한컴 노조는 출범 선언문에서 "최근 수년간 강도를 높이기만 했던 매출 압박을 달성하기 위해 불가능에 가까운 일정에 따라야 했고, 포괄임금제라는 미명 하에 대가 없는 야간 근로를 강요받았다"며 "모든 노력은 정당한 보상이 아니라, 극소수를 위한 돈 잔치로 돌아왔다"고 비판했다. 한컴 노조는 17년 만에 재결성한 것이다. 2001년 노조가 만들어졌다가 2004년 자진 해산하고 직장협의회로 전환한 바 있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카카오뱅크도 사측이 보상을 공정하게 배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노조를 설립했다. 카뱅 노조는 "카뱅은 작년에 전년 대비 8.3배 늘어난 당기순이익 1136억원이라는 실적을 기록했고, 임직원이 모두 노력한 결과"라며 "그 결실이 공정한 기준의 보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최초 3D 온라인 게임 '뮤'(MU)로 유명한 중견 게임사 웹젠도 지난달 5일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웹젠 노조인 '웹젠위드'(WEBZENwith)는 넥슨·스마일게이트·엑스엘게임즈에 이어 게임업계에 네 번째로 탄생한 노조다. 웹젠지회 측은 "웹젠이 전직원 대상 올해 대폭 연봉 인상을 한다고 했으나 일부 직원은 이에 못미치는 보상을 받았다"면서 "그동안 웹젠의 당기순이익은 1년만에 배 이상 늘어나는 등 많은 성과를 이뤘지만 함께 고생한 직원들에 대한 투명한 분배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판교 밸리내 IT기업을 중심으로 노조설립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이들 국내 IT 기업의 경쟁력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노동자의 임금수준을 높이고, 근로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노조의 정당한 요구가, 자칫 업체간 무리한 출혈경쟁과 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IT기업의 대부분이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에 노출돼 있는 상황에서, 해당IT 기업은 물론 국내 IT 산업 전반의 경쟁력 후퇴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터넷 업계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출범하는 것 만으로 근무환경 개선 등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다는 순기능이 있다"면서도 "자칫 노조의 강력한 급여·복지 요구가 기업들에 큰 부담이 되고, 정작 필요한 곳에 자금이 투입되지 못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도 "노조 출범의 순기능을 믿는다"면서도 "창작과 상상력을 토대로 서비스를 만드는 게임업계에서 노조와 사측이 딱딱하게 구분되는 것 자체가 안타까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황병서기자 BShwang@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