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억대연봉 후폭풍] 언택트 최대수혜가 부메랑으로.. 지나친 보상경쟁 후유증 심화

황병서 2021. 5. 1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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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게임업계 1분기 실적 직격탄
경쟁사간 출혈경쟁 확산 주원인
증권사선 게임사 실적전망 낮춰
"코로나 이후 고려 더 신중해야"
네이버 사옥 전경. 네이버 제공
취합.
엔씨소프트 판교 R&D 센터 전경. 엔씨소프트 제공

인터넷·게임업계의 연봉 인상 경쟁이 '언택트(비대면) 수혜주'로 분류되던 업체에 실적둔화, 생산성 하락의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지난해 연말부터 불어닥친 연봉 인상, 특별 장려금, 스톡옵션 도입 등으로 직원들의 처우 개선에 나섰지만, 도리어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 뜨리고,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당장,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인터넷·게임 대표 기업의 1분기 실적에 직격탄이 됐다.

특히 지난해 1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한 엔씨소프트는 올해 과도한 인건비 지출 등으로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0일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56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6.5% 감소한 것으로 공시했다. 이 같은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 1108억원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매출 또한 5125억원으로 29.9% 줄었으며, 순이익도 802억원으로 58.99%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실적악화가 인건비와 마케팅비 등 영업비용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 엔씨소프트의 1분기 인건비는 2325억원으로, 인력 증가, 정기 인센브 및 일회성 특별 성과 보상 지급 등으로 전분기 대비 26%나 폭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117억원과 비교해서도 9.8% 상승했다.

이장욱 엔씨소프트 IR(기업공개)실장은 "산업 전체가 재편되면서 IT 인력에 대한 수급이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엔씨소프트는 언제나 업계 최고의 처우를 유지해왔는데, 그 관점에서 올해 인건비 상승은 기정 사실화 돼 있다"고 토로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3월 이사회를 열고, 개발자는 1300만원, 비 개발자는 1000만원의 연봉 인상안을 확정한 바 있다. 또 지난해 성과에 대한 특별 보너스로 전 직원에게 800만원을 추가 지급하기도 했다.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 네이버 또한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 지난 분기와 견줘 10.8% 감소한 288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4991억원으로 29.8% 늘었지만, 영업비용이 1조2102억원으로 40.3% 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박상진 네이버 CF0(최고재무책임자)는 "전년도 주가 상승에 따라 (임직원에게) 신규 부여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관련 비용이 이전보다 크게 늘며 개발운영비가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영업비용의 구성항목인 개발운영비는 전년 동기 대비 32.3% 늘어난 3740억원을 기록했다.

네이버는 1분기 주식보상비만 총 709억원을 지불했다. 앞서 네이버는 모든 직원에 3년 동안 매년 즉시 처분 가능한 10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 직원 6500명에 연간 1000만원씩 지급하면 그 규모는 650억원에 이른다. 또한 네이버는 이외에도 '스톡옵션 프로그램'과 '주식 리워드 프로그램' 등 총 3가지 직원 대상 주식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 또한 인건비가 급증했다. 카카오는 지난 1분기 신규 채용 확대 및 자사주 상여금 지급 등으로 인건비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7% 증가한 2929억원을 기록했다. 실속있는 장사를 한 덕분에 이 같은 수치가 상쇄되는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지난 4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3년간 최대 600주 스톡옵션을 지급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네이버처럼 주식보상비용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됐다.

곧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 여타 IT기업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넥슨은 지난 2월 전 직원에게 연봉 800만원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넷마블 등도 800원씩 올리며 연봉 인상 경쟁에 돌입했다.

시장에서는 국내 대표 인터넷, 게임업계의 임금인상 경쟁이 전체 업계의 실적둔화는 물론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적에 민감한 증권사들은 게임사들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낮춰 잡고 있다. 앞서 엔씨소프트의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2389억원으로, 지난달 29일 기준 1331억원으로 44% 감소했다. 넷마블의 영업이익도 기존 1003억원에서 879억원으로 12%나 줄었다.

당사자인 기업들도 연봉 인상에 따른 후유증을 우려하고 있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책임투자자(GIO)는 IT업계의 '보상 경쟁'에 큰 우려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 GIO는 지난 3월 네이버 전 임직원에 보낸 메일에서 "보상 경쟁이 IT업계 인력의 보상 수준을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면서도 "회사마다 사업 변화나 방향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서로 너무 급하게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 후유증이 염려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특히 개발자 유치를 위해 이른바 '억대 연봉'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게임업계의 우려는 더 크다. 위정현 한국 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과 교수)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언택트(비대면) 서비스 확산으로 게임사들의 수익성이 좋아졌다"면서도 "연봉 인상이 올해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만큼, 코로나 이후를 생각하면 임금인상 등의 문제는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황병서기자 BShw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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