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덕 의원 "80년 당시 외무부 5·18 북한 개입설 앞장서 왜곡"

외교부 외교사료관서 중남미 재외공관 대외비 문건 확보
중남미 해외 공관 동원, 신군부 권력 찬탈 정당성 선전

외교부 외교사료관에 보관된 '1980.5.18 광주사태(민주화운동) 관련 중남미 반응 1980'이란 제목의 당시 외무부(외교부 전신) 문건. 주아르헨티나 대사관은 '5.18 북한 배후설'이 아르헨티나 언론에 보도됐고, 이 기사가 자신들의 '언론계 접촉강화' 때문에 나왔다고 내세웠다.(윤영덕 의원실 제공)2021.5.11/뉴스1 © News1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직후 당시 외무부(현 외교부)가 중남미 재외공관을 통해 '5·18 북한 개입설' 등 허위사실을 앞장서 유포한 정황이 드러났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광주 동남갑)이 11일 입수한 '1980. 5.18 광주사태(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중남미 반응' 문건에 따르면 당시 외무부는 1980년 5월과 6월에 걸쳐 중남미 재외공관에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와 5·18 민주화운동 진압 관련 각국 동향을 파악하도록 지시했다.

1980년 6월 3일 외무부 장관 명의로 작성된 문건을 보면 '중남미 지역 공관장에게 최근 국내사태(광주민주화운동) 및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설립 등 국내정세 추이에 대한 해당 국가의 반응에 대해 보고하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에 중남미 재외공관은 Δ각계반응(정부·의회·언론·경제계) Δ교민 및 반한단체 동태 Δ북한의 책동상황 Δ대사관의 조치사항 Δ효율적 홍보 등 대책에 관한 의견 등을 정리해 외무부에 보고했다.

당시 주 아르헨티나 대사관이 외무부에 보고한 문서를 보면 아르헨티나 유력 언론은 '국제정치상 한반도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광주사태(광주민주화운동)를 북괴가 악용할 여지를 경계해야 한다'는 사설과 '광주사태(광주민주화운동)가 북괴의 책동에 의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주 아르헨티나 대사관은 '아르헨티나 언론의 이러한 보도가 대사관이 현지 언론을 접촉해 이뤄낸 성과'로 보고했다.

주 멕시코 대사관도 '일간지 및 방송이 대사관이 배포한 자료에 따라 광주사태(광주민주화운동)가 북괴의 배후 조정에 의한 것으로 보도했다'고 보고했다.

윤 의원은 "해외 공관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도 모자라 마치 자신들의 공적처럼 내세운 것"이라며 "당시 외무부와 해외 공관이 5·18 민주화운동 북한 개입설을 앞장서 왜곡하고 홍보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외교부 외교사료관에 보관된 '1980.5.18 광주사태(민주화운동) 관련 중남미 반응 1980'이란 제목의 당시 외무부(외교부 전신) 문건. 주멕시코 대사관은 '수개 일간지 및 방송이 대사관이 배포한 자료에 따라 광주사태가 북괴의 배후 조종에 의한 것이라고 보도함'이라고 보고했다.(윤영덕 의원실 제공)2021.5.11/뉴스1 © News1

외무부는 중남미 재외공관의 보고 내용을 바탕으로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당시 외무부의 종합대책을 살펴보면 Δ유력인사 방한 초청 Δ경제, 기술 협력사업 적극 추진 Δ우리나라 홍보자료 제작과 현지어로 배포 Δ유력 언론인 등 친한(親韓) 인사를 활용한 유리한 기사 게재 등 다각적 홍보 활동 전개 Δ예술 사절단 파견과 스포츠 교류 등을 통한 이해증진 도모 등이다.

윤영덕 의원은 "1980년은 냉전체제가 강고했던 시기로 국제사회로부터 신군부의 권력 찬탈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당시 외무부가 5·18 민주화운동 왜곡에 앞장섰다"며 "당시 외무부와 각국 대사관이 나서 신군부 권력 장악의 정당성을 홍보했을 뿐만 아니라 '5·18 북한 개입설'과 같은 허위 사실을 전파 내지 방조했다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현재도 이어지고 있는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 왜곡의 시작"이라며 "해외 대사관을 통한 5·18 민주화운동 왜곡이 중남미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를 상대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교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정부 각 부처에 산재한 5·18 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검증을 통해 하루속히 5·18 민주화운동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nofatejb@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