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대어는 따상' 공식 깨졌다..SKIET 첫날 26% 급락

이지현 2021. 5. 1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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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단위 대어 중 유일하게 '따상' 못 미쳐
첫날 종가 매도 시 공모가 대비 평가차익 5만원
향후 크래프톤 등 대어들 공모주 매도전략 우려도

[이데일리 이지현 이은정 기자] 청약증거금 81조원을 끌어모으며 청약 광풍을 몰고 온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IET)가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 형성 후 상한가)’에도 가보지 못하고 급락했다. ‘대어(大漁)급 기업공개(IPO) 공모주=따상’이라는 공식이 무색해진 것이다.

장이 열리자마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규모 매도 포문을 열었고 거래량이 급증하자 소액 개인투자자까지 가지고 있던 공모주를 내던지며 하락세를 부추겼다.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간밤 미국 증시의 급락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노재석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이사와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상장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송영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 안상환 한국IR협의회 회장, 이천기 크레디트스위스증권 한국총괄대표, 박태진 JP모건증권 서울대표, 임재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노재석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이사,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이기헌 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
‘팔자’ 폭탄에 거래소 시스템 ‘버벅’

1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SKIET는 시초가보다 26.43%(5만5500원) 하락한 15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SKIET는 따상 기대감이 감돌았다.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인 21만원에 형성되며 따상 가능성을 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이 열리며 22만2500원을 터치한 이후 내림세로 돌아서 15만원대까지 내려갔다.

조단위 IPO 대어로 꼽혀온 기업 중에서 따상을 기록하지 못한 사례는 SKIET가 유일하다. 가장 최근에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는 상장 첫날 따상에 성공한 이후 둘째 날 하락세로 돌아섰다. 빅히트(352820)는 따상을 찍은 당일 하락세로 돌아선 바 있다.

이날 SKIET의 거래량 자체가 많았다. 총 주식 7129만주 중 1117만주만 첫날 거래됐다. 수백주부터 1~2주씩 손에 쥔 이들까지 조금이라도 더 수익을 챙기기 위해 ‘팔자’에 나서며 주가는 최대 26.66%(5만6000원)까지 하락하며 15만40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 같은 ‘팔자’ 행진에 거래량이 폭발하며 한국거래소 시스템이 이날 오전 10분간 지연되기도 했다. 거래소의 관계자는 “초당 시스템이 처리할 수 있는 한계가 있는데, SKIET 상장 영향으로 한계보다 훨씬 많은 주문이 들어왔다”며 “따상에 성공하면 매도 물량이 자취를 감추지만, 이날 SKIET 주가가 하방으로 움직이면서 매도 주문이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SKIET 물량이 쏟아지면서 다른 종목에 대한 거래도 지연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공지를 통해 지연 현상이 발생한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이날 ‘팔자’를 주도한 것은 외국인이다. 의무보유확약을 걸지 않은 외국인이 초반 매물을 던지면서 하루 동안 362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반면 개인은 3530억원어치를, 기관은 146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후일을 도모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모가에 매수해 종가에 팔았다면 1주당 평가차익은 4만9500원이다. 따상을 했다면 1주당 평가차익은 16만8000원이었다. 한 개인투자자는 “따상도 못 가보고 떨어지니 허탈하다”며 “하루 이틀 더 지켜보겠다”고 매도타이밍을 미뤘다. 다른 개인투자자는 “이번 하락을 매수기회로 보고 있다”며 “2차전지 관련주가 오를 때 다시 오르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IPO 대어 이제 시초가에 팔아야 하나

투자전문가들은 SKIET의 곤두박질을 일부 예상하기도 했다. 목표주가에 대해 하나금융투자는 14만8000원을, 유안타증권은 16만원을, 메리츠증권은 18만원을 제시했다. 공모가 산정 때부터 고평가됐다고 본 것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IET의 생산캐파가 중국 경쟁사의 60% 정도 된다는 점 등을 가정하고 상단으로 18만원을 산정했지만, 현 시점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최하단은 10만원인데 그 이하대로는 기관투자자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상장 당일 시장 여건도 악재로 작용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인플레이션 우려에 기술주들이 일제히 하락했다는 점이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다. 10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은 4.1%, 넷플릭스는 3.4%, 아마존은 3.1% 급락했다. 이에 따라 나스닥지수는 2.55% 떨어진 1만3401.86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글로벌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는 6.4% 떨어졌고 중국 전기차 기업 니오는 7.07% 급락했다.

황 연구원은 “전반적인 전기차 시장에 대한 주가가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SKIET는 2차전지 관련 분리막 전문 기업인 점을 투자자들이 무시하지 못하는 부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IPO 대어들의 상장 첫날 매도 전략이 바뀌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는 7~8월에 크래프톤과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의 공모청약이 예고된 상태다.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만큼 높은 공모가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상장 첫날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높은 공모가를 제시한다면 따상 기대감은 더 낮아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성환 리서치알음 대표는 “대형 IPO라고 해도 무조건 따상을 하는 건 아니라는 결과가 나온 건 시장에 긍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IPO 과정에서 예상실적기준 주가수익률(PER)을 높이는 건 전체적인 시장 수준을 높여 오히려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급 이탈 요인이 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며 “(고평가 거품이 걷혀) 앞으로 IPO기업들이 적정 평가를 받는다면 다시 따상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지현 (ljh4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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