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년만 수상"..'혼자 사는 사람들' 공승연, 작은 외로움에 던진 돌 [종합]

현혜선 기자 2021. 5. 1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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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사람들 / 사진=방규현 기자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혼자인 게 익숙해진 요즘, 인간관계를 단절하고 모든 것을 혼자 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외로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모두가 갖고 있는 마음속의 작은 외로움을 만지겠다는 포부를 들고 나온 영화가 관객들의 공감을 살 수 있을까.

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감독 홍성은·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자리에는 홍성은 감독을 비롯해 배우 공승연 정다은 서현우가 참석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단편 '굿 파더'로 주목받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신예 홍성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저마다 1인분의 외로움을 간직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이날 홍성은 감독은 '혼자 사는 사라들'을 구상한 계기를 전했다. 홍 감독은 "20대 중반부터 공부하면서 혼자 자취 생활을 시작했다. 혼자 살다 보니까 나한테 체질에 맞는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과 엮여서 굳이 살고 싶지 않고, 결혼도 생각 없었다. 어느날 우연히 고독사에 대한 다큐를 봤다. 처음엔 아무렇지 않다가 눈물이 나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내가 왜 슬플까 생각했다. 며칠을 두고 생각해 보니 사실을 내가 혼자 사는 삶이 완벽하고 온전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얼마나 불완전하고 쉽게 무너질 수 있나 싶었다. 그런 고민들을 생각했다. 그때는 혼술, 혼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던 시점이었다. 사람들이 굳이 혼자 밥을 먹고 술을 먹는 걸 인증하는 게 나랑 같은 고민을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혼자서도 뭐든지 잘하고 싶지만 그게 불안하니까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공감받고, 사람들이 사실을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 이 영화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 홍 감독은 현대인의 외로움을 진아(공승연)를 통해 논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진아를 처음 생각하면서 단순히 히키코모리 처럼 물리적으로 갇혀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회생활도 하는데, 자기 자신 안에서 온전하길 바라는 인물"이라며 "어렸을 때 받은 상처, 일하면서 느낀 상처가 있어서 사람들에게 영향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렇게 사는 게 온전한 나로 사는 모습이다라고 생각하는 진아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아는 상처에서 도망친. 영화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와도 맞닿는데 진아는 이별하는 걸 어려워 하는 사람이다. 그걸 들여다 보고 제대로된 방식을 갖춰서 작별을 못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배우들 역시 혼자 사는 이야기에 대해 공감했다고. 공승연은 "진아가 사람들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게 공감되기 했다. 그런데 너무 단절하는 건 또 공감이 안 됐다. 조금 복잡하다"고 했다. 정다은은 "나도 진아를 비롯해 혼자 사는 사람들의 영화를 보면서 공감했다. 또 내가 맡은 역할이 사회 초년생이다. 잘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큰데 그거에 비해 잘하지 못하고 피해를 준다. 공감이 됐다"고 전했다.

서현우는 "'혼자 사는 사람들'을 보고 혼자 사는 우리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아를 포함해 인물들이 인간적인 관계를 맺으면서도 홀로 놓이는 순간들이 있는데 공감이 되더라"고 설명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 / 사진=방규현 기자


진아는 콜센터 상담원 역이다. 홍 감독은 "진아를 처음에 생각하면서 상담원을 생각했는데, 상담원이 감정 노동으로 악명이 높다. 진아의 직업이 상담원 역을 천성처럼 하는 사람이면 어떨까. 이 일은 나보고 하라 그러면 떨리고 어려운데, 누구에게 능숙하게 여겨질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진아였다. 진아는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고 멀리 떨어진 사람을 대하는 게 능숙하다. 가상의 드라마나 가상의 세상에 있는 게 좋은 사람이다.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진아가 이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고객을 사람으로 느끼는 게 아니라 기계에서 나오는 목소리처럼 물질화해서 받아들이는 재능이 있다. 상처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승연은 "상담원 조사를 했는데 이직률이 높은 직업이라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많더라. 둘째 동생도 경험이 있고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로 콜센터에 가보고 싶었는데 개인정보 때문에 안된다고. 그래도 유튜브 선생님이 있으니까 보면서 진상 고객도 많이 있어서 익숙해 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힘들었던 점으로는 "콜센터 직업 상담원 연기가 힘든 건 감독님이 표정 없이 하이톤을 원하셨다. 하이톤을 쓰려면 광대를 올리고 웃어야 되는데 표정 없이 하려고 하니까 표정을 빼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공승연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자 첫 연기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공승연은 "그동안 인터뷰를 하면서 몇 년차 배우라는 말을 계속 들었다. 내가 과연 이 연차 수에 맞는 배우일까 고민하게 됐다. 아직까지 연기로 상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전주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수상소감을 했는데, 인사말부터 눈물이 나더라. 모든 영광을 감독님께 돌리겠다"고 전했다.

끝으로 공승연은 "코로나19 전에 찍은 영화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지금 개봉하게 됐고, 지금은 또 우리가 혼자 있는 게 익숙해지지 않았냐. 우리가 혼자 잘 살고 있냐에 대한 의문을 던질 수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정다은은 "살아가면서 혼자인 순간은 다들 있지 않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나만 특별히 외로운 게 아니라는 마음이 드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현우는 "인간관계의 방식이 많이 변화된 시대다. 외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셨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19일 개봉된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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