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서갱유 비판 한시' 올린 중국판 배민 CEO 왕싱, 마윈처럼 될라
당국, 반독점 조사 등 보복
[경향신문]
중국 최대의 배달 애플리케이션 업체 ‘메이퇀뎬핑’을 창업한 왕싱(王興) 최고경영자(CEO)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진시황에 빗댄 것으로 해석되는 한시를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당국의 반독점 조사 대상에 오른 메이퇀뎬핑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18조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왕 CEO는 지난 6일 중국판 트위터인 판퍼우(飯否)에 당나라 시인 장제(章碣)이 진시황의 분서갱유를 비판한 한시 ‘분서갱(焚書坑)’을 올렸다(사진). 28자 분량의 이 시는 “책 태우는 연기가 흩어지듯 황제의 업적도 사라지고/ 함곡관과 황허강만이 부질없이 황제의 궁을 지키네/ 구덩이에 재가 식기도 전에 산둥에 난이 일어났네/ 유방도 항우도 본디 책을 읽진 않았거늘”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이 시는 진시황이 아무리 서적을 태우고 유학자들을 생매장해도 유방과 항우 같은 저항세력을 막을 수 없다고 암시한다.
왕 CEO가 이 시를 통해 시 주석과 중국 공산당에 불만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왕 CEO는 2007년 중국판 트위터인 판퍼우를 만들었으나, 판퍼우가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벌어진 유혈사태 등 민감한 콘텐츠를 퍼나르는 수단이 되자 중국 정부에 의해 폐쇄당한 적이 있다.
이 시가 올라온 여파로 전날 홍콩 증시에서 메이퇀뎬핑의 주가는 7.1% 폭락해 하루 만에 시가총액 160억달러(17조9000억원)가 줄었다. 블룸버그통신은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를 비판한 것으로 비친 경영자들이 대가를 치러야 했던 사실에 조마조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논란이 커지자 왕 CEO는 지난 9일 해당 시를 삭제하고 자신이 올린 시가 중국 내 경쟁 기업들에 관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왕 CEO가 ‘제2의 마윈(馬雲)’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은 지난해 10월 상하이 금융포럼에서 중국 당국을 ‘낡은 전당포’에 비유하며 비판한 뒤 사실상 보복 조치를 받고 있다.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 상장은 돌연 취소됐고, 알리바바는 반독점 조사를 받았다.
메이퇀뎬핑 역시 반독점 조사를 받고 있다. 반독점이 인정되면 최대 7억달러(780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10일에는 노동절 연휴 기간 소비자들의 불만이 대거 접수됐다는 이유로 상하이시 소비자위원회에 소환돼 공개 질책을 받았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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