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청춘', 어째서 이도현·고민시의 멜로는 설렐수록 슬플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1. 5. 11. 14:2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갈수록 달달해지고 설렌다.

KBS 월화드라마 <오월의 청춘> 은 멜로를 그리고 있지만 그 이면에 어른거리는 1980년 광주의 아픔이 드리워져 있다.

사실 그 장면만 떼놓고 보면 그리 특별하다 볼 수 없는 흔한 청춘 멜로의 풍경이지만, 이상하게도 이 장면은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일 년 중 가장 빛나던 그 달과,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였을 청춘들이 군홧발에 짓밟혔던 시대의 아픔이 그 말 한 마디 한 마디로 가슴에 전해지기 때문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월의 청춘', 멜로에 광주가 담기니 생겨나는 감정들

[엔터미디어=정덕현] 갈수록 달달해지고 설렌다. 그런데 그럴수록 가슴은 벌써부터 미어진다. 푸릇푸릇 피어나는 청춘들의 앞에 어떤 아픔들이 다가올 것인지를 우리는 이미 알기 때문이다. KBS 월화드라마 <오월의 청춘>은 멜로를 그리고 있지만 그 이면에 어른거리는 1980년 광주의 아픔이 드리워져 있다.

명희(고민시)가 수련(금새록) 대신 맞선 자리에 나온 걸 희태(이도현)는 알게 됐지만, 그에게 그런 사실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명희는 자신이 부잣집 딸도 아니고 고등학교도 검정고시로 나왔다고 했지만, 희태가 명희를 좋아하게 된 건 그가 길거리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아이를 챙겨주는 모습 때문이었다.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지나치지 못하고 살피는 모습에서 그의 진가를 봤기 때문.

그래서 희태는 명희에게 자신은 '혼외자식'이고 어머니는 밤무대 가수였다고 밝혔다. 그건 나쁜 게 아니라고. 덕분에 더 강하게 잘 크지 않았냐고. 희태는 그렇게 말했지만, 명희가 한 달 뒤 유학을 떠난다는 이야기에는 말문이 막혔다. 명희는 희태를 좋아하지만 그렇게 좋은 기억으로 남기자고 했다.

하지만 다시 명희의 자취집 딸 진아(박세현)의 과외선생님으로 왔다가 하룻밤을 자고 가게 된 희태는 한 밤 중 명희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명희씨 말 듣고 한 달이라는 시간에 대해서 계속 생각해봤어요. 제가 두려웠던 건 한 달이라는 시간이 아니라 이 한 달 후에 받게 될 상처더라고요. 전 명희씨를 좋아하고 앞으로도 계속 좋아질 테니까."

한 달 후가 힘겨워질 거라는 걸 알면서도 마음을 접을 수는 없을 거라는 것. 고요한 밤의 정적을 풀벌레 소리들이 가득 채워진다. "저는 일 년 중에 5월을 제일 기다려요. 5월 밤엔 노래가 엉망이어도 이 풀벌레들이 도와주거든요." 그러면서 자신이 만든 노래를 기타연주와 함께 명희에게 들려준다. 그리고 말한다. "명희씨만 생각하면 이상하게 자꾸 노래가 되요. 명희씨. 나랑 딱 오월 한 달만 만나볼래요?"

사실 그 장면만 떼놓고 보면 그리 특별하다 볼 수 없는 흔한 청춘 멜로의 풍경이지만, 이상하게도 이 장면은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앞으로 닥쳐올 어떤 상처와 아픔에도 지금을 사랑하려는 청춘들의 절절한 마음이 느껴져서다. 다가올 80년 광주 5월의 그림자가 겹쳐지면서 그 장면은 특별한 감정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풀벌레 소리 가득한 그 밤에 희태가 일 년 중 5월을 제일 기다린다는 말은 더더욱 가슴 아프게 느껴진다. 일 년 중 가장 빛나던 그 달과,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였을 청춘들이 군홧발에 짓밟혔던 시대의 아픔이 그 말 한 마디 한 마디로 가슴에 전해지기 때문이다.

이들의 사랑은 이제 곧 희태의 아버지 황기남(오만석)의 폭력 앞에 무너져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미 희태가 명희에게 시선을 던지고 있다는 걸 눈치 채고 사람을 붙였다. 희태와 명희의 사랑과 이를 짓밟으려 하는 황기남의 폭력 역시 마치 5월의 광주가 맞이했던 상황을 은유적으로 그려 넣는다. <오월의 청춘>은 그래서 달달해지고 설렐수록 슬퍼진다. 저 푸릇푸릇 아름답게 피어나야 했던 청춘들이 겪을 상처들이 눈을 가려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