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약사 주지 리우진 "'빈센조'는 끝났지만 금가팸 단톡방은 뜨거워" [인터뷰]

황채현 온라인기자 hch5726@kyunghyang.com 2021. 5. 1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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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tvN 드라마 ‘빈센조’에서 난약사 주지스님으로 연기한 배우 리우진이 4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5.4 /정지윤 선임기자


분노와 긴장감이 휘몰아치는 폭풍전야 속에서도 마음을 경건하게 만드는 이가 있다.

tvN 드라마 ‘빈센조’에서 난약사 주지 스님 적하 역을 맡은 배우 리우진은 대사 한마디 없이도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는다. 어쩌다 말문을 열었을 땐 목탁 소리와도 같은 묵직한 울림이 느껴진다. ‘번뇌는 하늘 아래 있는 것이 아닌 우리 마음 아래 있다’는 가르침은 빈센조(송중기)뿐 아니라 TV 화면 너머 시청자들의 마음마저 어루만졌다.

십자가를 지고 묵묵히 길을 걷는 적하의 모습은 어쩐지 리우진의 배우 인생과도 닮았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겠다는 일념 하에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오로지 ‘연기’라는 한길만 걸어왔다. 스타가 되는 것보단 연기를 사랑하는 마음을 지니고 좋은 배우로 기억되는 게 목표다. 자신의 꿈을 어떤 단어로 표현할지 신중히 고민하는 태도에서 진정성이란 무엇인가 되짚어보게 한다. 이제 승복을 벗고 배우로서 깨달음을 주려는 배우 리우진을 스포츠경향에서 만나봤다.

■‘빈센조’, 시즌2 기대하고 있다

‘빈센조’를 촬영한 지난 8개월은 더할 나위 없이 특별한 시간이었다. 리우진이란 석 자를 대중들에게 널리 알린 것도 그 이유지만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했기 때문이다. 스쳐 지나가는 단역이 아닌 매회 분량이 주어진 조연으로 첫발을 내미는 작품이었기에 모든 것이 새로웠고 소중했다.

“일회성으로 소모되는 역할이 아닌 만큼 어떻게 하면 캐릭터를 일관성 있게 표현할 수 있을지 연구했어요. 촬영이 종료된 후에도 방송을 모니터링하는 등 적하라는 인물에 끝없이 파고들었죠. 그래서 적하라는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호평받았을 때 얼마나 뿌듯했는지 몰라요. 적하를 연기한 제게도 관심을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워 수가 3000명 가까이 늘어났어요. 최근 ‘빈센조’ 팀과 출연한 tvN 예능 프로그램 ‘출장 십오야’ 이후 귀엽다는 칭찬을 많이 들어요. 있는 그대로를 보여줬을 뿐인데 제작진들이 재밌게 그려줬어요. 승복을 입고는 상품에 욕심내는 모습은 저도 웃기더라고요.”

‘빈센조’와 함께한 시간은 배우의 리우진의 성장을 보여주는 결과물로만 그치지 않았다. 금가패밀리 배우들과 두터운 인연도 고스란히 남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팀워크가 주는 재미를 느끼기도 했어요. 마지막 촬영을 끝낸지 시간이 흘렀지만 금가패밀리는 여전히 끈끈해요. 단체 채팅방에서 농담을 주고받기도 하고 안부를 묻는 등 가족처럼 대화를 나눠요. 우상, 바벨그룹 배우들과도 친하게 지내요. 극 중에선 끊임없이 싸웠지만 카메라가 꺼지면 누가 맞거나 다치는 장면을 보고 함께 안타까워하고 걱정해줘요. 배우들끼리 워낙 친하다 보니 감독님도 이 배우들 그대로 시즌2를 만들고 싶다더라고요. 저도 금가패밀리 식구들과 다시 한번 뭉치고 싶어요. 마지막 회 중 ‘인연이란 반복되는 것이니 다음을 기약하겠다’는 적하의 대사가 시즌2를 암시하는 것은 아닐지 내심 기대했어요.(웃음)”

tvN 드라마 ‘빈센조’에서 난약사 주지스님으로 연기한 배우 리우진이 4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5.4 /정지윤 선임기자


■스님 역할 전문? 로맨스 연기도 하고파

리우진은 ‘빈센조’ 초반 당시 실제 스님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이에 그는 그간 스님 역할을 많이 맡아왔을 뿐이라고 해명하며 실제론 독실한 크리스천이라는 사실을 덧붙였다.

“어쩌다 보니 스님 연기를 6년 동안 하게 됐네요. 하나님에겐 죄송하지만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걸 뭐 어쩌겠어요.(웃음) 이젠 교회 목사님들도 ‘스님 오셨네’라고 인사하며 유쾌하게 반겨줘요. 스님 역을 하도 오래 하니까 성격도 바뀌었어요. 원래는 장난기 많고 까탈스러웠는데 점점 침착하고 조용한 사람으로 변했죠. 한번은 오디션 심사위원들까지 저를 스님으로 알아본 적도 있어요. 저를 보니 마음이 경건해졌다고 말하더라고요.”

이러한 오해들은 그의 목표이기도 했다. 어느 역할이든 리우진의 흔적을 100% 지우는 것이 배우로서 기본자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캐릭터를 새롭게 태어나도록 하는 것이 곧 연기이며, 그 일을 하고 있어 행복하다는 그를 보며 문득 그 출발점은 언제였는지 궁금했다.

“중학교 때 친구 따라 보러 갔던 연극에서 설렘을 느꼈어요. 이후 고등학교 때 연극반 활동을 하며 연기와 친하게 지냈죠. 그래서인지 시간이 지나 대학교 졸업반이 됐을 무렵 진로를 고민했을 때 딱 떠오르는 직업은 배우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집안사정으로 올곧게 꿈을 지키진 못하고 대기업 회사원 생활을 일년 남짓 했어요. 하지만 저한테 맞지 않는 옷이었고 이대로는 배우를 영영 할 수 없겠다는 두려움이 들어 바로 사직서를 제출했죠. 이후 극단에서 연극을 배우고 영화 오디션 보는 일을 반복하며 배우 생활을 이어갔어요.”

그렇게 시작된 배우의 길은 역시나 행복했지만 때로는 고달팠다. 연기만으론 생계유지가 어려워 건설현장이나 택배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불투명한 미래에 나약해졌으나 연기하는 이 순간을 즐기기로 한 후부터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단다. 자신의 힘이 닿는 나이까지 대사를 읊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이다.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역할로 리우진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은 게 욕심이라면 욕심이다.

“일부러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싶진 않아요. 그래도 훗날에는 스님 외에 다른 역할로도 찾아뵙고 싶어요. 가족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는 가장이나 절제된 중년 로맨스를 보여주는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시간이 걸려도 자연스럽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김갑수 선배처럼 오래 연기하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요?”

황채현 온라인기자 hch572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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