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는 트로피 내놨다, 78년 역사 골든글로브 존폐 위기 왜
NBC, 내년 시상식 중계 않기로
워너브러더스, 보이콧 선언
오스카상과 함께 미국의 양대 영화상으로 꼽히는 골든글로브가 존폐위기에 내몰렸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를 둘러싼 부정부패 의혹과 인종·성차별 논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중계 중단과 트로피 반납 등 골든글로브 보이콧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매년 방영해온 미 NBC는 내년 시상식을 중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NBC는 이날 “HFPA의 개혁이 충분히 신속하지 않다”며 “HFPA가 개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하게 느낀다”고 했다.
워너브러더스는 이날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 제작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골든글로브 보이콧을 선언했다. 케이블채널 HBO와 워너브라더스를 소유한 워너미디어는 성명에서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시상식 과정에서의 기자회견이나 행사에서) 인종적으로 무감각하고 성차별적이며 동성애 혐오적인 질문이 우려된다”며 “HFPA가 주관하는 행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했다.
앞서 넷플릭스와 아마존 스튜디오, 그리고 할리우드 스타들을 고객으로 둔 100여 개의 홍보대행사도 골든글로브 보이콧 방침을 밝혔다. 이들은 HFPA가 회원에 흑인과 여성을 더 많이 포함시키기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7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부패 스캔들과 공정성 논란으로 위기를 맞았다. 지난 2월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앞두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HFPA의 부패 의혹을 보도했다. HFPA가 회원들에게 윤리 규정과 어긋나게 회원들에게 정기적으로 상당한 액수의 돈을 지급했다는 내용이었다.
LAT에 따르면 HFPA는 2019년 6월부터 1년간 회원들에게 200만달러(약 22억3400만원)를 지급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보조금 만찬에서 일한 세 명의 회원은 하루 일당에 대한 보수로 각각 8000달러(약 900만원)를 받았다. 이사진들도 매년 수만달러 임금을 받아왔다. 이외에도 HFPA는 영화 제작사나 연예인을 상대로 특혜를 요구해왔다. 지난 2019년에는 30여명의 회원이 영화 제작사 파라마운트의 협찬을 받아 파리로 호화 외유 출장을 떠났다.
뿌리깊은 인종차별도 재조명되고 있다. HFPA 회원 중에 흑인은 단 한명도 없고, 각종 시상식에서 호평을 받은 영화 ‘미나리’는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 영화로 분류돼 작품·감독·연기상 후보에서 배제됐다. 할리우드 스타 스칼렛 요한슨은 “과거 HFPA의 일부 회원들로부터 성차별적인 질문과 성희롱에 맞닥뜨렸다”며 “HFPA와 골든글로브 이벤트에서 한발짝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HFPA는 지난주 자체 개혁안을 발표했다. 2021년 8월까지 새 대표를 선임하고, 흑인을 포함해 신규 회원 20명을 추가하고, 새로운 행동강령을 만들며 다양성과 성희롱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이었으나 할리우드 영화계에서는 개혁 요구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쏟아지며 보이콧 운동이 이어졌다.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는 영화 ‘제리 맥과이어’와 ‘7월 4일생’을 통해 받은 남우주연상 트로피 2개와 ‘매그놀리아’로 수상한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모두 반납했다. 골든글로브 수상자인 할리우드 배우 마크 러팔로는 “영화 제작자와 배우와의 관계에서 상당한 이익을 챙긴 HFPA가 소외된 이들로부터 요청받고 있는 변화에 저항하는 모습이 상당히 실망스럽다. 지금은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나설 때”라며 “최근 골든글로브 수상자로서 이 상을 받은 것에 대해 뿌듯하거나 기뻐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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