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 사이다 한잔 필요한 답답한 인생이 대변한 것[TV와치]

송오정 2021. 5. 1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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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안 풀리는 날은 불운의 연속이다.

비 오는 날 나만 없는 우산부터 녹록지 않은 직장 생활, 가정사부터 범죄에 노출되거나 종국엔 건강 문제까지, 동경의 인생은 일생을 살며 한 번쯤 조우할 법한 불운을 모두 모아 응축해 놓은 것만 같다.

그럼에도 심각성을 못 느끼는 것처럼 굴고 계속된 억울한 상황에도 아무 말 하지 못하던 동경은 지켜보는 사람이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하기만 하다.

나만 불행한 것 같은 인생에 자포자기한 심정을 들킨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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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송오정 기자]

꼭 안 풀리는 날은 불운의 연속이다. 여기에 답답하기까지 한 주인공이 어딘가 낯설지 않다.

5월 10일 첫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이하 '멸망')(극본 임메아리/연출 권영일)에서는 동경과 멸망의 첫 만남이 그려졌다.

이야기는 주인공 탁동경(박보영 분)이 교모세포종 진단을 받고 시한부 선고받는 것에서 시작된다. 조직검사와 치료가 시급한 상황임에도 남의 일 같이 동경에게선 일말의 조급함도 슬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동경은 결국 검사를 포기하고 진료실을 나서면서도 출판사 직원으로서 자신의 할 일을 다 할 뿐이었다.

회사로 돌아가려는 동경에게 남자친구가 급히 만나자며 연락 오지만, 카페에 나타난 것은 남친의 아내란 사람이었다. 유부남임을 숨기고 동경을 만나던 남친이 아내에게 바람을 들키면서 애꿎은 동경만 물세례를 받아야 했다.

돌아간 회사에서는 대표가 쏟아낸 인신공격을 받아내야 했고, 졸지에 상간녀 된 동경의 모습은 인터넷에 영상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게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 뻔뻔한 몰카 범죄자와 조우하고, 갑작스럽게 내리는 비를 쫄딱 맞은 동경에게 돈을 요구하는 철없는 동생까지.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모든 것이 최악이다.

부모님 없이 홀로 버티며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던 동경 인생에 이날은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비 오는 날 나만 없는 우산부터 녹록지 않은 직장 생활, 가정사부터 범죄에 노출되거나 종국엔 건강 문제까지, 동경의 인생은 일생을 살며 한 번쯤 조우할 법한 불운을 모두 모아 응축해 놓은 것만 같다.

그럼에도 심각성을 못 느끼는 것처럼 굴고 계속된 억울한 상황에도 아무 말 하지 못하던 동경은 지켜보는 사람이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하기만 하다. 그 와중에 눈물 흘리는 법을 잊어버린 모습은 감정을 누른 채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결국 동경은 별똥별이 내리던 자신의 생일날, 세상을 멸망시켜 달란 이상한 소원을 빌게 된다. 눌러 담다 한계를 이기지 못하고 터져버린 것이다. 나만 불행한 것 같은 인생에 자포자기한 심정을 들킨 것만 같다.

그러자 '멸망'(서인국 분)이 꼬일 대로 꼬여버린 동경 인생에 끼어들었다. 인간에 회의를 느끼고 세상을 파괴하고 싶었던 멸망과 운명처럼 뜻이 맞아떨어진 것. 죽음을 앞둔 인간 앞에 나타난 구원자가 모든 것을 파괴하는 초월적 존재 '멸망'이란 사실은 아이러니하면서도 흥미롭다. 고작 99일밖에 남지 않은 동경에게 멸망은 구원자일까, 파괴자일까. 이들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사진=tvN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캡처)

뉴스엔 송오정 songo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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