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 돌려주고 중계 멈추고..골든글로브 보이콧 확산

박병수 2021. 5. 1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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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엔비시> (NBC) 방송이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주관하는 기관인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에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내년 행사를 중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영국의 <비비시> (BBC)가 10일 보도했다.

엔비시는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가 의미있는 개혁을 수행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큰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내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중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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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주관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
부패와 성·인종차별에 비난 거세져
워너·넷플릭스 등 "행사 불참" 이어
NBC도 "내년 시상식 중계 않겠다"
톰 크루즈는 수상 트로피 반납도
자체 쇄신안 냈지만.."불충분" 비판
골든 글로브상 트로피. 자료사진 AFP 연합뉴스

미국의 <엔비시>(NBC) 방송이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주관하는 기관인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에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내년 행사를 중계하지 않겠다고 10일 밝혔다. 미국 영화계에서 오스카상에 버금가는 권위를 누려온 78년 역사의 골든글로브가 존폐의 기로로 내몰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골든글로브는 미국 영화계에서 오스카상에 버금가는 권위를 누려온 영화와 텔레비전 분야의 상으로,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 회원 87명이 매년 투표로 뛰어난 작품을 선정해 시상한다.

이번 엔비시의 골든글로브 보이콧 선언은 앞서 워너미디어, 넷플릭스, 아마존 스튜디오 등이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의 진지한 개혁 노력이 확인되지 않는 한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가 주관하는 행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뒤이어서 나온 것이다. 엔비시의 이번 발표는 특히 이 방송사가 1996년부터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중계해 왔다는 점에서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엘에이타임스>는 논란이 불거진 지난 두 달 동안 엔비시가 오스카에 못지않은 수익성을 보장해 온 골든글로브 중계를 놓지 않으려고, 공개적으로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를 지지해 온 입장을 이번에 철회한 것이라고 전했다.

엔비시는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가 의미 있는 개혁을 수행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큰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내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중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엔비시는 또 “할리우드외신기지협회가 개혁을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것을 전제로 우리가 2023년 1월 시상식 중계를 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는 지난 2월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앞두고 <엘에이타임스>의 보도로 부패 스캔들이 터져 나오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가 회원들에게 2019~2020년에만 200만 달러(22억2천만원)에 달하는 액수의 돈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 윤리 규정 위반 논란이 불거졌고, 2019년엔 30여명의 회원이 영화제작사 파라마운트의 협찬으로 파리 호화 여행을 다녀왔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또 지난 3월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가 과거 20년 동안 흑인 회원을 한 명도 두지 않는 등 폐쇄적으로 운영되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인종차별 논란을 불렀다.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영화 <미나리>를 외국어 영화로 분류하고 골든글로브 작품상에서 배제한 것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의 공정성 논란을 부채질했다.

영화 ‘<어벤저스> 시리즈에서 ‘블랙 위도우’ 역으로 유명한 스칼릿 조핸슨은 성명을 내어 “영화를 홍보하는 배우로서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의 기자회견과 시상식에 참여하는 것은 특정 회원들의 성차별 질문과 발언에 직면하는 것을 의미했다”며 골든글로브 보이콧 동참을 호소하고 나섰다.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자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는 지난주 회원 수를 18개월 안에 50% 더 늘리고 흑인 회원도 받아들이겠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자체 쇄신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동안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를 사실상 주도해온 책임자들이 물러나지 않는 등 변화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쏟아지며 골든글로브 보이콧 움직임은 더욱 거세졌다. 영화사 워너브러더스와 케이블채널 에이치비오(HBO)를 소유한 워너미디어는 10일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에 편지를 보내, 골든글로브 시상식 행사 등에서 “인종적으로 둔감하고 성차별적이고 동성애 혐오적인 의문들”이 나온 것에 우려한다며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의 쇄신안이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톰 크루즈는 영화 <제리 맥과이어>와 <7월4일생>에 출연해 받은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트로피 2개와 <매그놀리아>에 출연해 받은 남우조연상 트로피 1개를 반납했고, 영화 <어벤저스> 시리즈에서 ‘헐크’로 출연한 마크 러팔로는 성명을 내어 “할리우드외신협회가 변화에 저항하는 것을 보게 돼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는 이날 엔비시의 내년 골든글러브 시상식 중계 거부 발표 직후 성명을 내어, “철저한 변화”를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협회의 긴급한 최우선 과제라며 지난주 쇄신안에서 밝힌 대로 2021년 8월까지 개혁을 철저히 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

그러나 <엘에이타임스>는 “내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고, 영화 매체 <스크린랜트>는 “할리우드가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를 완전히 거부한다면 골든글로브의 종말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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