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중국 "로켓 잔해, 예측 지점에 떨어졌다"는데 과연?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로켓 잔해가 '정확히 예측한' 대로 떨어졌다고 10일 보도했습니다. 앞서 중국이 지난달 29일 쏘아 올린 로켓 '창정 5호B'의 잔해가 9일 지구로 재진입했는데, 우려했던 지상 추락이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중국 관영 매체의 이런 보도는 어쩌면 예상된 것이었습니다. '거봐라, 우리가 예견한 대로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는데, 서방 국가와 언론이 괜히 호들갑을 떤 것 아니냐'고 반박하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 매체의 보도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의문점이 적지 않습니다.
관영 매체 "진입 지점은 인도양"…중국 우주 당국 "지중해 진입" 예측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우주항공 전문가 쑹중핑의 인터뷰 내용도 함께 실었는데, 쑹중핑은 "중국 우주 당국은 로켓 잔해의 모든 움직임을 면밀히 추적해 왔고, 추락 지점도 정확하게 예측했다"고 말했습니다. "로켓 설계 단계부터 추락 시 인구 밀집 지역을 피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중국의 예측이 맞아떨어진 것일까? 중국 유인우주국의 발표를 살펴봤습니다. 유인우주국 홈페이지에는 짤막한 발표문 2건만 올라와 있습니다. 한 건은 로켓 잔해가 대기권에 진입하기 전에 올린 것이고, 다른 한 건은 진입한 직후에 올린 것입니다. 진입 전에 올린 발표문의 정확한 게재 시간은 나와 있지 않지만 중국 매체들이 오전 10시(한국 시간 11시)쯤부터 일제히 보도하기 시작했으니 그 직전에 올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창정 5호B' 잔해의 오전 7시 24분 궤도를 근거로 '대기권 재진입 시간은 오전 10시 12분(±15분)으로 예상되며, 재진입 위치는 동경 28.38도, 북위 34.43도'라고 예측했습니다. 실제 대기권 진입 시간이 10시 24분이었으니 진입에 임박해서 올린 것인데, 진입 시간만 놓고 보면 예측이 어느 정도 맞았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나온 좌표는 인도양이 아니라 지중해입니다. 앞에서 글로벌타임스가 밝힌 진입 위치와는 다릅니다.
중국, '로켓 잔해 불붙은 채로 5,753km 비행' 예측했나
여기서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글로벌타임스가 '낙하 위치'를 '진입 위치'로 착각했을 가능성입니다. 대기권 진입 순간 대부분 불에 탔다고 발표했으니 '낙하 위치'를 '진입 위치'로 오인할 만합니다. 글로벌타임스의 단순한 실수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의문은 남습니다. 중국 유인우주국은 진입 직전 '예상 진입 위치'만 밝혔을 뿐, 진입 이후 '실제 진입 위치'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로켓 잔해가 중국의 예측대로 '예상 진입 위치'로 진입해 '낙하 위치'로 떨어졌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중해 대기권으로 진입해 불에 타기 시작해 인도양까지 날아와 떨어졌다는 얘기입니다. 해당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지도에 찍어 봤습니다. 5,753km에 달했습니다. 그사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러 중동 국가 상공을 지나야 합니다. 과연 로켓 잔해가 불이 붙은 채로 5,753km를 날아갈 것으로, 글로벌타임스 보도대로 '정확하게' 예측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사이 잔해 일부가 떨어질 위험은 없었다고 판단했는지, 그렇다면 애당초 '예상 진입 위치'를 발표할 때 왜 '예상 낙하 위치'는 밝히지 않았는지도 궁금합니다. 이는 '대기권에 진입하는 순간 모두 불에 탈 것'이란 중국의 사전 장담과도 배치됩니다.
두 가지 가능성 중 다른 하나는 글로벌타임스 보도대로 진입 위치가 인도양이었을 경우입니다. 그럼 답은 명백합니다. 지중해로 진입할 것이란 중국 유인우주국의 예측이 틀린 것입니다. 실제로 중국 매체들의 보도는 지중해 진입과 인도양 진입이 혼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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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성 기자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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