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중국 "로켓 잔해, 예측 지점에 떨어졌다"는데 과연?

김지성 기자 2021. 5. 1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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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로켓 잔해가 '정확히 예측한' 대로 떨어졌다고 10일 보도했습니다. 앞서 중국이 지난달 29일 쏘아 올린 로켓 '창정 5호B'의 잔해가 9일 지구로 재진입했는데, 우려했던 지상 추락이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중국 관영 매체의 이런 보도는 어쩌면 예상된 것이었습니다. '거봐라, 우리가 예견한 대로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는데, 서방 국가와 언론이 괜히 호들갑을 떤 것 아니냐'고 반박하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 매체의 보도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의문점이 적지 않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로켓 잔해가 정확히 예측한 대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관영 매체 "진입 지점은 인도양"…중국 우주 당국 "지중해 진입" 예측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유인우주국의 발표를 인용해, '창정 5호B'의 잔해가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불에 탔고, 일부 잔해가 인도양의 부속해인 아라비아해에 떨어졌다고 전했습니다. 로켓 잔해가 대기권으로 재진입한 시간은 베이징 시간으로 9일 오전 10시 24분(한국 시간 11시 24분), 재진입 위치는 동경 72.47도, 북위 2.65도로 몰디브 서쪽 아라비아해 어느 지점이라고 했습니다. 실제 이 좌표는 몰디브 근처 인도양(아라비아해)이 맞습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우주항공 전문가 쑹중핑의 인터뷰 내용도 함께 실었는데, 쑹중핑은 "중국 우주 당국은 로켓 잔해의 모든 움직임을 면밀히 추적해 왔고, 추락 지점도 정확하게 예측했다"고 말했습니다. "로켓 설계 단계부터 추락 시 인구 밀집 지역을 피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글로벌타임스는 '창정 5호B' 잔해의 대기권 재진입 위치를 동경 72.47도, 북위 2.65도라고 전했다. 이 곳은 몰디브 근처 인도양 해역이다.


중국의 예측이 맞아떨어진 것일까? 중국 유인우주국의 발표를 살펴봤습니다. 유인우주국 홈페이지에는 짤막한 발표문 2건만 올라와 있습니다. 한 건은 로켓 잔해가 대기권에 진입하기 전에 올린 것이고, 다른 한 건은 진입한 직후에 올린 것입니다. 진입 전에 올린 발표문의 정확한 게재 시간은 나와 있지 않지만 중국 매체들이 오전 10시(한국 시간 11시)쯤부터 일제히 보도하기 시작했으니 그 직전에 올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창정 5호B' 잔해의 오전 7시 24분 궤도를 근거로 '대기권 재진입 시간은 오전 10시 12분(±15분)으로 예상되며, 재진입 위치는 동경 28.38도, 북위 34.43도'라고 예측했습니다. 실제 대기권 진입 시간이 10시 24분이었으니 진입에 임박해서 올린 것인데, 진입 시간만 놓고 보면 예측이 어느 정도 맞았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나온 좌표는 인도양이 아니라 지중해입니다. 앞에서 글로벌타임스가 밝힌 진입 위치와는 다릅니다.

중국 유인우주국은 로켓 잔해가 대기권에 진입하기 직전, 잔해가 지중해 부근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로켓 잔해 불붙은 채로 5,753km 비행' 예측했나

진입 이후 중국 유인우주국이 올린 발표문에는 '10시 24분 창정 5호B의 잔해가 대기권에 진입했고, 낙하 위치는 동경 72.47도, 북위 2.65도 주변 해역이며, 거의 대부분이 대기권 진입 과정에서 불에 타 소멸했다'고 돼 있습니다. 유인우주국이 밝힌 '낙하 위치'는 글로벌타임스가 언급한 '진입 위치'와 일치합니다.
로켓 잔해가 대기권에 진입한 직후 중국 유인우주국이 올린 발표문. 잔해의 낙하 지점을 인도양 부근 해역으로 표기했다.


여기서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글로벌타임스가 '낙하 위치'를 '진입 위치'로 착각했을 가능성입니다. 대기권 진입 순간 대부분 불에 탔다고 발표했으니 '낙하 위치'를 '진입 위치'로 오인할 만합니다. 글로벌타임스의 단순한 실수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의문은 남습니다. 중국 유인우주국은 진입 직전 '예상 진입 위치'만 밝혔을 뿐, 진입 이후 '실제 진입 위치'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로켓 잔해가 중국의 예측대로 '예상 진입 위치'로 진입해 '낙하 위치'로 떨어졌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중해 대기권으로 진입해 불에 타기 시작해 인도양까지 날아와 떨어졌다는 얘기입니다. 해당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지도에 찍어 봤습니다. 5,753km에 달했습니다. 그사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러 중동 국가 상공을 지나야 합니다. 과연 로켓 잔해가 불이 붙은 채로 5,753km를 날아갈 것으로, 글로벌타임스 보도대로 '정확하게' 예측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사이 잔해 일부가 떨어질 위험은 없었다고 판단했는지, 그렇다면 애당초 '예상 진입 위치'를 발표할 때 왜 '예상 낙하 위치'는 밝히지 않았는지도 궁금합니다. 이는 '대기권에 진입하는 순간 모두 불에 탈 것'이란 중국의 사전 장담과도 배치됩니다.

중국 유인우주국이 밝힌 로켓 잔해의 '예상 진입 위치'와 '낙하 위치'를 지도에 표기해 봤다. 거리가 5,753km에 달한다.


두 가지 가능성 중 다른 하나는 글로벌타임스 보도대로 진입 위치가 인도양이었을 경우입니다. 그럼 답은 명백합니다. 지중해로 진입할 것이란 중국 유인우주국의 예측이 틀린 것입니다. 실제로 중국 매체들의 보도는 지중해 진입과 인도양 진입이 혼재돼 있습니다.

물론,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된 것 아니냐고 항변할 수 있습니다. 이번 중국 로켓 잔해의 지구 진입에 대해 전 세계인들이 우려했던 것은 로켓 잔해의 크기가 20톤으로 추정될 정도로 이례적으로 컸기 때문입니다. 지구 추락 우려를 제기해 왔던 미국 하버드대 천체물리학센터의 맥도월 박사는 트위터에 "중국이 도박에서 이긴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무모했다"고 적었습니다. 한마디로 운이 좋았다는 얘기입니다. 중국 당국이 위에서 언급한 의문점들을 풀어주지 않는 한 맥도월 박사의 평가에 수긍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중국이 '정확하게 예측 지점에 떨어졌다'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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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성 기자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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