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바꿔 부르는 바람에 들통, 음방 라이브는 언제부터 선택사항이 됐나 [이슈와치]

[뉴스엔 박은해 기자]

가사를 바꿔 부르는 바람에 라이브가 들통 났다.

그룹 하이라이트 메인보컬 양요섭은 지난 5월 8일 방송된 MBC '쇼! 음악중심' 'Disconnected' 무대에서 추억이라는 가사를 기억으로 잘못 불렀다. 가사를 틀린 바람에 라이브 무대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13년차 아이돌 하이라이트는 데뷔 초 송출 오류로 MR 제거된 무대 영상이 방송되면서 실력을 인정받은 그룹답게 컴백 주 음악방송에서 완벽한 라이브를 선보였다.

음악방송 무대에서 사용하는 음원 종류는 다양하다. 코러스와 반주만 포함된 MR(Music Recorded), 숨소리까지 녹음해 진짜 라이브처럼 들리는 라이브 AR(All Recorded), AR과 MR의 중간 형태이자 부분적으로 보컬이 포함된 라이브 MR까지. 하이라이트처럼 다른 가사가 들릴 만큼 실제 라이브 비중이 높은 무대는 흔치 않다. 음악방송에서 생생한 라이브 무대를 보기 어려워진 이유로 격한 안무와 아크로바틱 등 수준 높은 퍼포먼스가 꼽힌다.

K팝이 세계적 인기를 얻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시선을 끄는 화려한 안무, 무대를 넓게 활용하는 퍼포먼스가 늘어났다. 격한 춤을 추며 곡 전체를 부르기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벅찬 숨소리까지 녹음한 AR을 틀고 보컬 볼륨을 낮춰 마치 '라이브처럼' 들리는 무대를 꾸미는 일도 많아졌다.

라이브 AR에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AR을 깔고 부를 수 없는 앵콜 무대에서 미흡한 라이브로 가창력 논란이 불거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일부 가수들은 퍼포먼스에 치중한 나머지 가수의 본분인 노래를 등한시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물론 본무대에서도 수준급 라이브를 선보이는 가수나 무결점 앵콜 라이브로 화제가 된 그룹이 존재한다. 지난 2018년 초 '쇼! 음악중심' 무대에서 라이브 AR 비중이 줄어들었고, 이때 '쇼! 음악중심'에 출연한 가수들은 현장감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라이브로 호평 받았다.

라이브 무대를 선보일 수 없는 이유가 가수의 부족한 실력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때때로 미흡한 음악 방송 음향 시스템 때문에 라이브를 하고 싶어도 AR을 깔고 부르는 사태가 발생한다. 일부 가수들은 방송사 음향 장비를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고, 가수에게만 라이브를 요구하는 음악 방송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이들이 가수지, 댄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무대에서 고난도 안무를 소화하느라 노래를 부르지 않거나, AR 위에 목소리를 살짝 얹는 식으로 선택적 라이브를 하고도 가수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본인이 라이브형 가수인지, 퍼포먼스형 가수인지 규정하기 전에 가수의 본분인 탄탄한 노래 실력부터 키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진=MBC '쇼! 음악중심' 방송화면 캡처)

뉴스엔 박은해 pe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