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 V3] 어둠에서 빛난 문성곤 "궂은일이 화려하단 말, 희망을 줬다"

김용호 2021. 5.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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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용호 기자] 문성곤은 결국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했다.

안양 KGC인삼공사는 지난 9일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시리즈를 스윕, 챔피언의 칭호를 거머쥐었다. 역대 최초로 플레이오프 무패 및 10연승이라는 역사를 쓰며 2016-2017시즌 이후 4년 만에 다시 리그 정상에 올랐다.

이번 봄농구 무대에서 KGC인삼공사는 전력에 빈틈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우승의 주역도 수두룩했다. 문성곤 또한 챔피언 등극에 있어 제 몫을 다해내며 그 공을 인정받았다. 그의 수비에너지가 없었다면, 무패 우승은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10일 오후 본지와 전화 통화를 가진 문성곤은 “우승한 날에는 실감이 잘 안 났다. 시상식이 끝나고 어머니와 밥을 먹는데 ‘이거 꿈 아니지?’라고 물어봤다. 그만큼 기분이 오묘했다. 학생 시절에는 주축으로 뛰며 우승을 해봤지만, 프로에 와서 첫 우승 때는 식스맨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많은 시간을 소화하며 우승을 했다. 그 느낌이 말로 표현이 안 되더라”며 우승 소감을 전했다.

그의 말대로 4년 전과 지금, 팀 내 입지는 분명 달랐다. 통합우승 당시에는 동포지션의 양희종이 최고의 폼을 구가하고 있었고, 문성곤은 평균 15분여 출전으로 식스맨의 역할을 소화했다. 하나, 올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29분 30초라는 긴 시간을 소화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했다.

이에 문성곤은 “4년 전에 비하면 조금은 성숙해진 것 같다. 첫 우승 때는 내가 뭘 잘하는지 정립이 안 됐을 때다. 올 시즌에는 내가 뭘 잘할 수 있고, 어떤 게 팀에 도움이 되는지 확실히 정립된 상태로 뛰었다”라며 달라진 자신을 실감했다.

문성곤은 챔피언결정전 4경기 평균 5.3득점 6.8리바운드 1어시스트 1.5스틸 0.5블록으로 활약했다. 리바운드는 양 팀 통틀어 국내선수 중 가장 많이 잡아냈다. 스틸 또한 제러드 설린저와 함께 공동 1위 기록이었다. 특히, 경합 상대를 막론하고 어디선가 나타나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모습은 팬들을 열광하게 했고, 그에게 ‘문길동’이라는 애칭을 선사하기도 했다.

“팀을 먼저 생각해서 나온 플레이다”라며 그 원동력을 밝힌 문성곤은 “많은 분들이 아시지만 나는 공격이 강한 선수가 아니다. 아직은 성장 중이라 클러치 상황을 해결할 단계가 아니다. 근데, 경기는 30분씩 뛰기 때문에 내가 어느 부분에서 승리를 가져다줄 수 있을지 늘 고민했다. 그런 마음가짐에서 나온 모습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런 자세 덕분일까. 문성곤은 이번 플레이오프 무대를 통해 많은 이들로부터 ‘궂은일도 화려할 수 있다’라는 평가를 뽑아내곤 했다. 이에 문성곤은 “그 말이 나한테 희망을 주는 것 같다. 사실 올 시즌엔 농구를 놓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많았다. 그래도 우승을 하고 나서 그런 말들을 들으니 희망이 생긴다. 우승이 확정되고 나서 지인에게 들은 얘기가 있다. 내가 가장 어두운 곳에 있었는데, 가장 빛났다고 말이다. 뭔가 마음이 먹먹해지더라”라며 속내를 드러냈다.

한편, 챔피언으로서 시즌을 마친 문성곤은 오는 29일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곽민정과 백년가약을 맺는다. 문성곤은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2년 연속 최우수수비상을 수상한 이후 “예비 신부에게 우승 반지를 끼워주고 싶다”란 포부를 전했고, 그 목표를 이뤘다. 문성곤은 “너무 뿌듯하다. 민정이는 우승 반지도 너무 좋지만, 다치지 않고 끝내서 너무 기쁘다고 말해줬다”라며 환히 웃었다.

끝으로 시선을 다음 시즌으로 옮긴 문성곤은 “많이 달라지고 싶다. 선수로서 당연히 가질 욕심이다. 이제는 감독님도 내가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서도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실 수 있도록 성장할 거다. 내가 수비를 이만큼 하면서 두 자릿수 득점을 했으면 레전드 반열에 올랐을 거다(웃음). (이)재도 형과도 얘기했던 건데, 경기 때 3점 한두 개, 속공 한두 개, 리바운드하면서 풋백 득점 한 번씩은 잡아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하겠다”라고 다부진 목표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 사진_ 점프볼 DB(유용우 기자)

점프볼 / 김용호 기자 kk2539@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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