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째 우승컵 들어올린 날, 태극 보호대 들어보였다

송원형 기자 2021. 5. 1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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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의 전설' 된 지소연, 잉글랜드 수퍼리그 정상

지소연(30)이 이끄는 첼시 위민이 잉글랜드 여자 수퍼리그(WSL) 2연패(連覇)에 성공했다. 이미 올 시즌 리그컵 정상에 오른 첼시 위민은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까지 사상 첫 ‘쿼드러플(quadruple·4관왕)’에 도전한다. 잉글랜드 남자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도 올 시즌 4관왕에 도전했다가 FA컵 준결승에서 탈락하며 꿈을 접었다. 첼시는 오는 17일 오전 4시 스웨덴에서 FC바르셀로나 페미니(스페인)와 창단 첫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치른다. 21일 오전 3시엔 FA컵 16강전에서 에버턴 위민과 맞붙는다.

◇올림픽 아쉬움 접고 4관왕 도전

지소연은 10일 레딩 위민과 벌인 2020-2021 정규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 58분간 뛰며 팀의 5대0 대승에 힘을 보탰다. 첼시(승점 57)는 2위 맨시티 위민(승점 55)을 제치고 정상에 섰다. 지소연은 경기 후 우승컵과 함께 태극 문양이 그려진 정강이 보호대를 들고 동료와 기쁨을 나눴다.

지소연의 양손 주목 - 10일 영국 런던에서 잉글랜드 여자 수퍼리그 우승을 차지한 첼시 위민의 지소연(오른쪽에서 둘째)이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한국 여자 축구의 에이스 지소연은 태극 문양이 그려진 정강이 보호대를 손에 들었다. /AP 연합뉴스

지소연에게 태극 문양은 각별하다. 2006년 열다섯 살에 처음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지소연은 2010년 FIFA(국제축구연맹) 20세 이하 독일 월드컵 3위, 2016 캐나다월드컵 16강을 이끈 한국 여자 축구 ‘황금세대’의 리더였다. A매치(국가대항전)에서 58골을 넣으며 차범근 전 남자대표팀 감독과 한국 축구 A매치 최다 골 동률을 이뤘다. 하지만 지소연은 지난달 중국과의 도쿄올림픽 아시아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여자 대표팀은 한 번도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대신 지소연은 첼시로 돌아가 다른 꿈을 이뤘다. 지소연은 지난 2일 바이에른 뮌헨 위민(독일)과의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홈경기에서 1-1로 맞선 전반 43분에 결승골을 터뜨려 팀의 4대1 승리를 이끌었다. 1차전에서 1대2로 졌던 첼시는 지소연의 활약으로 1·2차전 합계 5대3으로 앞서 결승에 진출했다.

◇첼시와 함께 성장한 지소연

지소연은 첼시를 꺾은 인연으로 첼시 유니폼을 입었다. 일본 고베 아이낙에서 뛰던 2013년 국제여자클럽선수권 결승에서 1골 1도움으로 첼시에 2대4 패배를 안겼다. 이전부터 지소연을 눈여겨보던 에마 헤이스 첼시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잉글랜드에서 함께하고 싶다’고 직접 쓴 쪽지를 건넸다고 한다. 지소연은 이듬해 첼시에 입단했다. 첼시는 2011년 WSL 출범 이후 6~7위를 맴돌다가 지소연이 합류한 첫해 리그 2위, 이듬해 정상에 섰다. 지소연은 첼시에서 리그 4회, 리그컵·FA컵 각 2회 등 총 10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지소연도 세계적인 선수가 됐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지난 3월 지소연을 전 세계 여자 축구 선수 랭킹 18위로 선정하며 “득점과 도움,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수비까지 가담하는 완벽한 미드필더”라며 “지소연의 이런 활약에 첼시는 강팀이 됐다”고 평가했다. 지소연은 지난달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기술적인 축구를 하다가 처음 첼시에서 육체적인 축구를 접하고선 힘들었다. 좋은 팀 분위기에서 최고 선수들과 부딪히면서 배우며 성장했고, 이 팀의 선수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헤이스 감독은 “지소연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다. 첼시의 레전드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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