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식당 종업원서 애플·구글 엔지니어까지 미국은 ‘인력 급구’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2021. 5. 1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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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탈출 美 경제] 구인난 아우성
/김성민 기자 8일 오후(현지 시각) 미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의 한 상점가 레스토랑에 인력 채용 공고문이 붙어 있다.

지난 8일 오후(현지 시각) 애플 본사가 있는 미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의 ‘더마켓플레이스' 상가. 차를 주차하고 상가 쪽으로 걸어가니 제일 먼저 보이는 스테이크 가게 유리창에 붙여놓은 ‘사람 모집 중(Now Hiring)’이란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손님 예닐곱 명이 줄을 서 있는 바로 옆 빵집의 유리창에도, 쇼핑 바구니를 든 고객이 줄을 잇는 마트에도 큼지막한 구인 광고가 붙어 있었다. 마트 직원은 “우리 상가엔 10여 개 식당과 상점이 있는데, 4~5곳에서 직원을 구하고 있다”며 “하지만 직원 채용에 성공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차를 타고 둘러본 다른 지역 상가도 풍경은 비슷했다. 구글 본사가 있는 마운틴뷰 지역 다운타운에 있는 문구 액세서리점엔 ‘사람 구함'이란 광고가 붙었고, 이스트팰로앨토에 있는 이케아 매장 입구에는 ‘이케아 가족을 모집한다’는 팻말이 서 있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소비가 급속히 늘면서 미국 곳곳에서 ‘구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식당 설거지 일자리부터 트럭 운전사, 항공사 승무원, IT 개발자까지 거의 모든 산업과 직종이 사람을 구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이 필요한 기업은 많은데, 일을 하겠다는 사람은 적어 심각한 채용 ‘병목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이 지난 3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제조업 기업 중 64.3%가 “노동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3개월 이상 직원을 뽑지 못한 기업도 44.6%에 달했다. CNN은 “지난 3월 미국 제조업은 37년 만에 가장 활발했지만, 제조업계는 5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채우지 못했다”고 했다.

‘일할 사람 품귀 현상'은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 팰로앨토에 있는 스페인 음식점 ‘텔레페릭 바르셀로나’는 직원 임금을 20% 올렸다. 있는 직원이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게 잡기 위해서다. 식당 주인은 “직원이 없어 식당 테이블의 3분의 1 정도는 손님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는 지난 2월 직원 평균 시급을 15달러 이상으로, 코스트코는 시간당 최저임금을 16달러로 높였다. 미 노동부는 “올 4월 전체 근로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30.1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했다. 연방준비은행은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임금 인상 압박이 두드러졌다”고 했다.

임금만으론 역부족을 느끼자 추가 보너스와 특별 인센티브를 내걸기도 한다. 차량 공유 업체 우버는 직원들에게 줄 추가 보너스 용도로 2억5000만달러(2800억원)를 책정했다. 운전자들이 100회, 200회 운행할 때마다 보너스를 주겠다는 것이다. 멕시칸 그릴 체인점 치폴레는 4개월간 주당 15시간 이상 일한 직원에게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고, 플로리다의 한 맥도널드 매장은 면접만 봐도 50달러를 준다는 광고를 냈다. 타코벨은 매장 관리자들에게 유급 가족 휴가를 주기로 했다.

구인난의 가장 직접적 이유는 구직자 감소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4월 25일~5월 1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코로나 사태 이후 최저인 49만8000건을 기록했다. 코로나가 본격 확산한 작년 3월 말 686만7000건의 14분의 1 수준이다. 반면 4월 신규 취업자수(비농업)는 지난 3월(77만명)의 3분의 1 수준인 26만6000명에 불과했다. 그만큼 미국인들이 직장을 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다.

지난 16일(현지 시각) 한 트위터 사용자가 미 플로리다주 템파에 있는 맥도널드의 채용 공고문을 찍은 사진. 이 맥도널드는 채용 면접만 보러와도 50달러를 준다고 구인 광고를 했다. /Dan Nunn 트위터 캡처

미국 경제가 급격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신규 투자와 사업 확장에 나서는 기업이 늘면서 직원 채용 전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애플은 2026년까지 4300억달러(약 478조원)를 들여 2만명을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구글도 올해 데이터 센터 등에 70억달러(7조8000억원)를 투입, 1만명을 추가 고용한다고 했고, 아마존은 내년까지 첨단 로봇 주문 처리 센터를 만들어 일자리 1000개를 추가하는 등 향후 5년간 5000명 이상 풀타임 인력을 채용키로 했다. 이 3개 회사가 올해 채용하는 일자리는 1만5000개에 달한다.

외국 기업도 가세하고 있다. 대만의 TSMC는 애리조나에, 캐나다 전기차 업체 리온일렉트로닉은 일리노이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 외국계 기업들이 새로 만들 일자리는 1만 개 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올가을쯤 기업들의 고용 갈증이 풀리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7일 “내년엔 미 경제가 완전 고용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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