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심장에 있다" 미얀마 시인.. 장기 적출돼 시신으로 돌아왔다
미얀마 군부 정권에 비판적인 시를 써왔던 시인 켓 띠(45)가 지난 9일(현지 시각) 군경에 끌려가 심문당한 지 하루 만에 장기가 제거된 시신으로 돌아왔다고 외신과 현지 언론들이 10일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켓 띠와 그의 아내는 지난 8일 미얀마 중부 사가잉 지역 쉐보에서 무장 군인과 경찰에 붙잡혀 각각 다른 곳으로 끌려가 심문을 당했다.
혼자 돌아온 켓 띠의 아내는 다음날 오전 군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사가잉에서 100㎞ 떨어진 몽유와 지역의 한 병원으로 와서 남편을 데려가라는 내용이었다. 아내는 외신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남편이 팔이 부러졌거나 다친 정도라고 생각했다”며 “도착해보니 남편은 영안실에 누워 있었고 장기가 모두 제거된 상태였다”고 했다.
병원 측은 “남편의 심장에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아내는 “이 말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망 증명서에 있는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아내는 “군은 남편의 시신을 매장하려 했지만 내가 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미얀마 인권 단체 미얀마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켓 띠가 심문 센터에서 고문당하고 병원에서 사망했다”며 “군부 쿠데타 이후 780명이 군부 무력 진압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켓 띠는 군부 쿠데타 이후 사망한 세 번째 저항 시인이다. “그들은 머리를 겨누지만, 혁명은 심장에 있단 걸 모른다”는 문장을 써서 유명해졌다.
쿠데타가 벌어지고 2주가 지났을 때 그는 “나는 영웅이 되고 싶지 않다. 불의를 지지하고 싶진 않다. 단 1분만 살 수 있다면, 그 1분간 깨끗한 양심으로 살고 싶다”는 시를 썼다. 원래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2012년 전업 시인이 되기 위해 일을 그만두고 아이스크림과 케이크를 팔아 생계를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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