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원칼럼] 공짜 점심은 없다
동맹은 '위기를 넘는 다리'
"한·미동맹이 평화 위협" 외치면서
뭘로 경제·북핵위기 대응하려는가
“공짜 점심은 없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과 폴 새뮤얼슨은 같은 말을 했다. 공짜는 왜 없을까. 자신을 살라 중생을 구제하고자 한 성자들. 사바 논리는 다르다. 남의 피땀에만 매달리는 베짱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개인을 봐도, 집단·국가를 놓고 봐도 삶의 논리는 똑같다.
‘한강의 기적’. 미국의 안보우산 아래에서 가능했던 역사적인 대전환이다. 그 후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1997년 외환위기. 부도난 나라. 식량과 석유를 걱정해야 했다. 왜 위기가 닥친 걸까. 유기체처럼 변하는 국제 경제환경. 1994년 미국은 금리를 인상하고, 중국은 위안화를 절하했다. 빚진 나라는 더 큰 빚더미에 오르고, 위안화 절하에 수출로 먹고사는 아시아 국가경제는 병들었다. 아시아에 번진 연쇄 국가부도 사태. 멍든 한국이 온전할 리 없다. 24년 전의 외환위기는 그때 벌어진 재앙이다.
어찌 위기를 넘겼을까.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자금 지원. 누가 결정한 걸까. IMF 이사회가? 형식만 보자면 그렇다. 내막은 다르다.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한국 지원을 결정했다. “동맹인 한국이 쓰러지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고 했다고 한다. 당시 재정경제 관료라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위기의 강도는 더 파괴적이다. 발단은 미국 경제이지만 재앙은 ‘달러화 우산’ 보호를 받지 못한 나라에서 닥쳤다. 중국·러시아를 비롯한 반미 진영이 직격탄을 맞았다. 외환위기 벼랑으로 몰린 러시아, 유럽으로 가는 가스공급망을 잠근 채 몸부림쳐야 했다.
우리는 어떻게 그 위기를 넘겼을까. 미국은 서방국가에 달러 무제한 공급을 결정한다. 그 외 한국 등 4개국에는 300억달러 통화스와프협정을 맺었다. 모두가 핵심 동맹국이다. 그 효용은 얼마나 될까. 300억달러? 아니다. 사실상 무한대다. 왜? 동맹을 지키기 위해 미국의 신용을 빌려주기로 한 것이니. 그때 전염병처럼 번지는 국가부도 공포를 감기 앓듯 넘긴 것은 바로 이 협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 밑바닥에는 동맹을 천금처럼 여긴 이명박정부의 외교가 있다. 동맹은 위기를 넘는 다리다.
지금은 어떨까. ‘반미자주’를 외친 86운동권의 뿌리 깊은 의식 때문일까. “한·미동맹이 평화를 위협하는 요인”이라고까지 한다. 북한이 대통령을 향해 “삶은 소 대가리” “미국산 앵무새”라고 욕해도 꿀 먹은 벙어리 행세를 한다. 미국과는 사사건건 부딪친다. 실용은 사라지고 편향적 이념만 난무한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 코로나19 백신에 큰 구멍이 났다. 미국으로 달려간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화이자 백신 1억회분을 확보했다.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백신 확보에 목을 맨 즈음 조 바이든 대통령은 뭐라 했던가. “우리도 백신이 모자란다”, “인접국과 쿼드 참여국을 우선 지원하겠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후순위로 밀려난 것은 ‘동맹 아닌 동맹’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자산가치 폭락을 경고하고 나섰다. “자산가치가 역사적인 정상치를 벗어났다”고 했다. 무슨 경고일까. 금리인상의 전주곡이다. 제로금리 정책은 근본적으로 수정될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의 눈은 이제 미국의 경기와 물가에 쏠린다. 그것이 금리인상 속도를 결정할 테니. ‘악몽 같은’ 금리인상의 망령이 꿈틀댄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 반복되는 경제위기의 역사. 그땐 누구에게 기댈까.
공짜 점심은 없다. 동맹의 논리가 그렇다. 눈이 흐린 지도자는 나라를 불 섶에 빠뜨린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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