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에게 계속 물리면..감독들은 말없이 '칼'을 간다
강원은 울산에 '9년 무승'..김병수 감독, 12일 경기 설욕 다짐
[경향신문]
스포츠에선 종종 전력과는 상관없는 천적관계가 형성된다. 정규리그 한 바퀴를 돈 프로축구 K리그1에서도 이 같은 묘한 관계가 나오고 있다.
남기일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은 지난 8일 수원FC에 1-3으로 패배한 뒤 기자회견을 거부했다.
2013년 광주FC 감독대행으로 처음 지휘봉을 잡은 남 감독이 프로축구연맹 징계까지 각오하면서 기자회견을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자신이 왜 기자회견을 거부했는지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현장에선 그 상대가 수원FC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기 결과에 너무도 화가 났을 것이라는 짐작이다.
제주는 직전 경기까지 3위를 할 정도로 오름세였다. ‘양강’인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를 만나서도 승점을 따낼 만큼 탄탄한 경기력을 자랑했다. 반면 수원FC는 꼴찌에 머물고 있는 팀으로 이를테면 승점 확보의 ‘보약’으로 여길 만했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제주가 올해 수원FC에 무릎을 꿇은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제주는 지난 4월4일 수원FC 원정에서도 1-2로 졌다. 제주의 올해 성적표는 4승8무2패. 올해 수원FC만 만나면 모두 졌으니 천적관계가 굳어졌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지난해 수원FC가 2부에선 거꾸로 제주에 1무2패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흥미로운 반전이 아닐 수 없다. 김도균 수원FC 감독은 “지난해 제주에 좋지 못한 기억밖에 없다. 절실한 마음으로 이기겠다”고 다짐했고, 그대로 뜻을 이뤘다.
강원FC가 울산만 만나면 작아지는 것 또한 천적관계로 볼 수 있다. 강원은 매년 ‘윗물’을 노리는 전력을 갖췄으나 2012년 이후 9년째 울산에 승리한 기억이 없다. 올해 울산과의 첫 대결에선 무려 5골을 내주며 패배하기도 했다. 강원이 지난해 전북을 상대로는 2전 전승을 거둔 터라 강원을 중심으로 물고 물리는 관계로도 화제가 됐다. 김병수 강원 감독은 12일 울산과의 재대결을 벼르고 있다. 이번엔 반드시 승리의 소망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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