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주기식 청문회로는 인재 발탁 못해" 노골적 불만 표출 [문 대통령 4주년 연설]

박홍두·박광연 기자 2021. 5. 10.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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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후보들 감싸기 논란

[경향신문]

여당 단독 총리 청문보고서 채택 ‘불발’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위해 10일 열린 국회 총리인사청문특위 전체회의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만 참석해 앉아 있다. 이날 국민의힘 소속 서병수 청문특위 위원장이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며 회의를 개의하지 않자 민주당 단독으로 개의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국회사진기자단
문 “국회 논의 지켜보고 판단”
공 넘겨받은 여당 의총 전엔
다수 의원 “1~2명 털고 가야”
자리 모여선 ‘낙마’ 얘기 전무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10일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여부를 놓고 “청와대의 인사검증 실패가 아니다”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다”며 두둔하고 나섰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국회 논의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고, 민주당은 “의원들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다”며 공을 서로에게 떠넘겼다.

사실상 시간을 벌면서 ‘임명 강행’ 여부를 재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각종 의혹들로 인해 부적격 여론이 높은 세 후보자를 놓고 당청이 ‘핑퐁게임’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문 대통령 “무안주기 안 돼”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인사)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로지 흠결만 놓고 따지는 무안주기식 청문회로는 좋은 인재를 발탁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해당 후보자들의 각종 의혹들로 낙마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검증 실패를 인정하기보다는 야당 탓을 하며 ‘도덕성 검증 인사청문회’의 폐해를 적극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오히려 문 대통령은 발탁 배경을 설명하는 식으로 세 후보자를 감쌌다. 임 후보자에 대해서는 “과학기술 분야에 여성들이 진출하려면 성공한 여성들을 통한 ‘롤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박 후보자에 대해선 “한진해운 파산 이후에 몰락했던 해운산업을 재건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소개했다. 노 후보자에 대해서는 “국토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개혁하기 위해 외부에서 능력을 갖춘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국회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식으로 답변을 갈음했다. 사실상 민주당에 ‘가이드라인’을 내렸다는 해석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왔다.

■ 민주, “1~2명 낙마” 얘기하더니

문 대통령 회견이 끝난 뒤 오후에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는 오히려 차분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8개월 만에 하는 ‘대면 의총’인 만큼 여러 의견이 쏟아질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174명의 의원 중 개별 발언에 나선 의원은 7명뿐이었다. 먼저 세 후보자를 직접 검증한 상임위원회 간사들이 후보자들의 부적격 논란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대부분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의총에서는 특정 후보자를 거론하며 ‘낙마’ 의견을 말한 의원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 의원만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 여론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의총 전까지만 해도 다수 의원들이 기자와 통화하면서 “1~2명은 털고 가야 하지 않겠냐”고 말한 것과는 딴판이었다.

의총 이후 열린 당지도부 회의도 1시간이 채 안 돼 ‘맥없이’ 마무리됐다. 당지도부는 적격·부적격 결론을 내지 않은 채 의총에서 나온 의원들의 얘기를 그대로 청와대에 전달했다. 사실상 다시 청와대로 공을 넘긴 셈이다.

민주당은 ‘시간을 벌겠다’는 복안이지만 득보다 실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7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민심 보듬기에 나섰던 송영길 대표 체제가 첫 시험대에서 민심에 부응하지 못하는 행보를 보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르면 11일쯤 국회에 세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이번 인사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드러낸 만큼 세 후보자 모두를 ‘임명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 건과 5월 임시국회 등 야당의 협조 여부가 걸린 사안들을 감안한다면 재송부 요청 명단에서 ‘1~2명’ 정도는 제외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총리 인준 문제도 있고, 야당에서 상임위 배분 협상 문제도 연동시키고 있지 않느냐”며 “당에서 가닥이 잡힐 때까지 좀 더 시간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국민 눈높이에 문제되는 점도 우리가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야당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재·보선 이후 악화된 민심이 가장 큰 고려 대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홍두·이주영·박광연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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