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단지, '오세훈표 장기전세' 물량 늘린다
오 시장은 기존 장기전세주택으로 민간토지 임차형 공공주택인 상생주택으로 업그레이드해서 5년 간 7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선거 기간 "목돈을 들이지 않고 빠르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며 상생주택의 이점을 강조했다.
장기전세는 오 시장이 2007년 도입한 공공임대주택 유형이다. 주변 시세 대비 80% 수준 보증금으로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다. 2년 단위로 재계약하며 보증금 인상률은 5% 이내로 제한돼 이번 정부가 민간주택까지 확대한 '전월세상한제'의 모델이 된 상품이다.
무주택 중산층을 겨냥해 소득8분위까지 신청할 수 있었고, 60~85㎡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공급돼 인기가 높았다. 위례, 마곡, 서초 내곡, 강남 세곡 등 공공택지를 비롯해 강남북 민간 정비사업 단지에 지금까지 총 3만2967가구를 공급했다.
장기전세주택은 2007년부터 매년 2000~3000여 가구가 공급됐다. 하지만 SH공사 부채 증가 등 부작용을 이유로 2017년 이후로 공급량을 줄여왔다. 이 때부터 지난해 말까지 4년간 공급한 물량은 2900여 가구에 불과하다. 대규모 물량 확보가 가능한 공공택지 개발이 줄었고, 현 정부 들어 월세형 임대주택 유형인 행복주택 공급에 주력한 까닭이다.
장기전세주택은 SH공사가 공공택지 개발자로 나서 직접 공급하는 건설형과 민간 재개발, 재건축 사업장 기부채납 등을 통해 확보한 주택을 서울시가 사들여 공급하는 매입형으로 크게 나뉜다. 그동안 공급량 대부분은 건설형에 의존했다. SH공사에 따르면 장기전세주택 공급량의 약 90%인 2만9216가구가 건설형이다.
하지만 서울 시내엔 공공이 추가 개발할 수 있는 택지가 부족하다. 오 시장도 택지 공급을 위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에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시 내부에선 재건축, 재개발 사업장에서 확보하는 매입형 장기전세주택 물량을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최근 서울시가 공개한 서울 송파구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지구단위계획에 청년·노인 등을 위한 1~2인 가구 공급 유도, 임대주택과 분양가구를 섞는 '소셜믹스' 계획을 반영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란 해석도 나온다. 시내 다른 대형 재건축 사업장도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통해 공공성을 강화하고 이 과정에서 장기전세주택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안이 추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전세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재원 확보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실제 전월세 시장을 안정화할 수준의 공급량을 유지하려면 매년 조단위의 예산이 들어가는데 서울시 가용 예산으로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이에 임차기간 20년이 지난 단지는 순차적으로 매각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까지 SH공사가 장기전세주택 공급에 투입한 재정 규모는 약 8조8000억원인데, 공급된 주택의 공시가격을 시세 70% 수준으로 가정해 환산한 가치는 25조3000억원에 달한다. 단순 매각차익만 16조원이 넘는다. 첫 입주한 2007년 주택의 의무 임대기간을 고려하면 매각시 2027년부터 단계적인 추가 재원 확보가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이 정책이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논란도 예상된다. 사업 형태는 민간 재건축이나 용적률 인센티브를 통해 임대주택 물량을 대폭 늘리는 구상은 현재 정부와 추진 중인 공공주도 개발과 차별성을 찾기 어려워서다.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를 내걸어 강남권에서 '몰표'를 받은 오 시장이 지역 민심과 온도차가 있는 이런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겠냐는 회의론도 있다. 보증금 6~7억원대 강남 '로또 전세'만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있다.
장기전세주택이 중산층 내집 마련을 위한 주거 사다리로 의미가 있지만, 이 과정에서 저소득층 등 주거 약자를 위한 공급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은 "주거 취약계층에 저렴한 영구임대 주택을 공급하고, 나머지는 민간에 자율적으로 맡겨 시장 가격이 형성되도록 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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