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제품 가격 다 올랐다"..美인플레 현실화 우려

방성훈 2021. 5. 1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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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생필품 등 대부분 제품 가격↑..할인 가격 '실종'
돈풀기·한파 등 원인 지목..참았던 인상 수요도 영향
허리띠 죄는 美소비자..일시적 Vs 추세 주목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가공육부터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는 물론, 잔디깎는 기계부터 냉장고와 식기세척기 등 가전제품까지 모든 물건의 가격이 일제히 오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비재 물가가 일 년 전과 비교해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고, 미 소비자들이 이를 몸소 느끼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가격 상승은 미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할 때 중요한 결정 요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음식·생필품 등 대부분 제품 가격↑…할인 가격 ‘실종’

미국 40개 이상의 식품회사 협동조합인 탑코어소시에이츠(Topco Associates)는 WSJ에 “마트에서 유통되고 있는 사과 가격은 올 들어 품종에 따라 10∼20% 상승했다”며 “바나나와 잎채소 등도 판매가가 뛰었으며, 식물성 기름이나 이를 사용한 드레싱류 가격도 올랐다”고 전했다.

신생아 기저귀, 생리대 등 여성용품 가격도 올랐다. 시장조사기관 IRI에 따르면 미국 기저귀 가격은 1년 전보다 9% 이상 상승했다. 나아가 미국 양대 기저귀 제조업체인 킴벌리 클라크와 프록터 앤드 갬블(P&G)은 기저귀와 여성용품 가격을 추가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WSJ은 “수많은 업체가 할인 가격을 철회했으며, 일부 소비재 제조업체와 식품업체들은 판매가를 최대 10% 인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도 시장정보업체 닐슨IQ를 인용해 미국 수산물 가격이 올 들어 지난달 24일까지 평균 18.7%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조리식품은 8.8% 상승했고, 미국인들의 주식인 롤·번 등 제빵류와 베이글은 각각 7.5%, 6.6%씩 올랐다.

식료품 중에는 닭고기 가격이 크게 상승한 것이 눈에 띈다. 시장조사업체 어너배리에 따르면 지난해 파운드당 평균 1달러였던 닭가슴살 가격은 지난 3일 기준 2.04달러로 2배 이상 올랐다. 닭가슴살의 지난 10년간 평균 가격은 1.32달러에 불과하다. 지난해 초 1.5달러 내외에서 거래되던 닭날개는 최근 2.92달러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WSJ는 “코로나19 여파로 포장 및 배달이 비교적 용이한 닭날개 요리의 인기가 급상승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돈풀기·한파 등 원인 지목…참았던 인상 수요도 영향

이처럼 미 소비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른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미 정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겠다며 천문학적 돈풀기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상보다 경기가 빨리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공급이 쫓아가지 못할 정도로 수요가 폭등했고, 결과적으로 제품의 생산부터 유통 및 판매까지 모든 단계에서 비용 상승이 발생했다는 진단이다.

석유, 농작물,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운전자를 구하기 어려운 트럭 운송업체들은 더 많은 급여를 주면서 이런 제품들을 현장으로 실어나르게 됐다. 이전보다 비싸게 원재료 등을 구입하게 된 각 기업들은 생산·가공 제품의 판매 가격을 잇따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일부 업체들의 경우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엔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을 전가하지 않고 있다가 회복 조짐이 보이자 가격을 올리는 측면도 있다고 WSJ는 진단했다.

아울러 지난 2월 텍사스에서 이례적 한파로 정전이 일어난 것도 물가 상승에 일조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텍사스 소재 세계 최대 석유화학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공급난이 한층 심화됐다. 테이크아웃 용기 등에 쓰이는 핵심 성분인 수지나 기저기 소재 등의 생산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후 멕시칸 음식점인 치폴레가 4월부터 배달 음식 가격을 4% 인상한 것을 비롯해 레스토랑의 테이크아웃 가격까지 요식업계에서도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AFP)
허리띠 죄는 美소비자…일시적 Vs 추세 주목

물가 상승 징후는 단순히 소비재뿐 아니라 건설현장 등 모든 부문에서 포착되고 있으며, 미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덴버에 거주하는 케이틀린 빈슨씨는 과일과 채소 등을 구매할 때 신선 식품을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값이 싼 냉동식품으로 대체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단지 싸다는 이유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희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네슈빌에 거주하는 작곡가 케니스 플릿우드는 “제일 싼 제품을 사려고 세제 등은 없는 이름 없는 저가 제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롯에서 영업 이사로 일하고 있는 데본 달튼씨는 “이전보다 더 많은 매장을 돌아다니며 (가격을 비교해 저렴한)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며 “최근엔 주유소에서 현금보상을 해주는 혜택을 받기 위해 페이백 프로그램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것에 있어 전보다 더 팍팍해지고 있다. 아내와 어떻게 하면 돈을 현명하게 쓰고 유지하는 좋은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소지자들은 구매 시기를 늦추고 있다. 니키 데이비슨씨는 “2020년 2월 컴퓨터용 그래픽카드를 400달러 정도에 구매했는데, 지금 비슷한 부품이 이베이에서 1000달러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며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과 경제학자들은 이같은 물가상승이 일시적 현상인지 추세적 상승인지 주목하고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소비자 물가는 2.6% 상승했다. 이는 2018년 8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일각에선 막대한 재정지출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4일 한 언론사의 사전 녹화 인터뷰에서 “우리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금리가 다소 올라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후 파장이 확산하자 “인플레이션 문제가 생길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지만 우려가 확인된 대목이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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