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바꾼 '일상 18시간의 변화' [안승호의 PM 6:29]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2021. 5. 1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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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전통 깨고 경기장 밖 시간 대변화
일상의 편안함으로 경기력 상승 견인

[스포츠경향]

삼성 구단 버스가 경기장에 주차해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지난 2월 경북 경산과 대구에서 진행된 프로야구 삼성의 스프링캠프. 선수들의 희망을 하나하나 모은 주장 박해민이 투수, 야수 최고참과 함께 구단과 코칭스태프에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자리였다.

구단 측 인사들이 고참 대표 3인의 입을 주시하는 가운데 박해민이 준비한 내용을 하나씩 꺼냈다.

“버스별 이용 인원 배정을 바꿔주시면 좋겠고요. 원정 경기 때는 전원 1인1실로 배려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요….”

요구 사항은 대부분 일상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구단의 오랜 전통을 깨야 할 것들이 있어 수용하자면 고민이 필요한 것들도 있었다. 선수들은 요구 사항 일부는 보류될 것으로 짐작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날 선수들의 바람은 거의 그대로 실현됐다.

대부분 팀은 구단 버스 3대로 전국을 다닌다. 삼성은 지난해까지 1호차는 투수, 2호차는 야수가 쓰되 코칭스태프가 두 차에 나눠 탔다. 1호차에는 감독이 선수들 및 일부 코치와 함께 타고, 2호차에는 수석코치가 리더로 선수들과 함께 타는 식이었다. 3호차는 프런트 및 현장 직원들이 이용했다.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함께 어울려 타는 것을 ‘소통’ 또는 ‘스킨십’으로 생각했다. 전달 사항을 선수들 전체에 전할 때 용이한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선수들 입장에서는 그 시간이 달리 느껴질 수 있었다.

특히 경기를 아쉽게 놓친 날, 또 특정 선수의 부진으로 패한 날이면 해당 선수는 감독·코치와 버스라는 한 공간에서 몇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곤욕일 수 있다. 실제 이날 대화에서는 “경기 결과에 따라 분위기가 무거워질 수 있는데, 그 시간 눈치를 봐야 하는 선수가 있을 수 있다. 감안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삼성은 올해 버스 탑승 방식을 바꿨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프런트가 완전히 분리됐다. 2호차에는 야수만 타고, 3호차에는 투수만 탄다. 감독과 코치 그리고 프런트는 가장 북적대는 1호차에 몰아탄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좌석 여유분도 생겨 더욱 안락하게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1인1실 또한 수용됐다. 삼성은 지난해까지 체력 부담이 큰 여름에만 한시적으로 전원 1인1실제를 운영했다. 평시에는 고참으로 통하는 32살 이상 선수에게만 1인1실의 특혜를 줬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1군 막내까지 홀로 방을 쓰게 돼 행여라도 ‘방장’의 심기를 살필 일이 사라졌다.

삼성은 자유계약선수(FA) 오재일이 합류하고, 에너지 넘치는 외국인타자 피렐라가 가세해 전력 강화 속에 새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부분적인 전력 변화만으로 팀이 극적으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삼성 내부에서는 오히려 팀 분위기를 얘기한다. 최태원 수석코치는 “선수도 코치도 망설임 없이 자기 생각을 바로바로 전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 그런 것들이 배경이 돼 더욱 자신감 있는 플레이가 나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구단은 물론, 허삼영 감독이 열린 마음으로 새 시즌을 준비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구단은 돈을 더 써야 했고, 감독 및 코칭스태프와 직원들은 불편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원정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은 보통 오후 4시께 경기장에 도착해 저녁 10시께 경기장을 나온다. 하루 24시간 중 경기장에 머무는 시간은 6시간 전후뿐이다. 삼성은 구단 버스에서, 또 숙소에서 보내는 일상의 18시간을 바꿨다.

적어도 선수들이 경기장 밖에서 괜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사라졌다. 홀로 고민하고 연구하며 다음 경기를 준비할 여력도 생겼을지 모른다.

관철된 요구 사항 가운데는 보너스 옵션으로 따라붙은 것도 있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클럽하우스에는 새 시즌에 ‘건식 사우나’가 생겼다. 승리 뒤 사우나독에서 빼는 땀. 그 맛은 이겨본 자만이 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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