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코로나 외교'로 미국 옆동네 중남미 꽉 잡았다

최서윤 기자 2021. 5. 1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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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시노백 7580반 회분 들어간 반면, 화이자는 1950만 회분 뿐"
볼리비아 라파스에서 2021년 3월 1일 의료진이 중국 시노팜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준비하는 모습.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중국이 지난해 라틴아메리카 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산소호흡기와 보호장비를 공급한 데 이어 백신 접종까지 주도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가 라틴아메리카 지역 인구 규모 기준 주요 10개국 정부 데이터를 자체 분석한 결과,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코로나19 팬데믹 3차 유행과 싸우는 최근까지 중국은 이들 10개국에 총 1억4350만 회분의 백신을 공급키로 하고, 실제 절반 이상을 보냈다.

이 같은 중국의 대(對) 라틴아메리카 '코로나 외교' 규모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중국 제약사 시노백은 이들 10개국에 백신 완제품 7580만 회분 또는 백신 핵심 원료를 공급했는데, 아스트라네카와 화이자의 공급량은 둘을 합쳐도 5900만 회분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아스트라제네카 공급은 세계보건기구(WHO)의 백신협력프로그램 코백스(COVAX) 퍼실리티를 통해 이뤄진 것이다.

중국과 함께 백신 공급 초반 '백신외교'를 주도해온 러시아 스푸트니크V도 870만 회분이 주로 아르헨티나에 들어왔을 뿐이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제약사들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 백신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실제 계약도 맺었지만, 이 지역 주요 10개국에 미 제약사 백신의 실제 공급이 이뤄진 건 화이자 1950만 회분이 전부였다.

이마저도 역내 최고 인구 대국 브라질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반중 발언으로 중국 백신을 양껏 구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정도 규모에 머물 뿐, 그렇지 않았다면 중국의 점유율은 훨씬 더 높았을 것이라는 게 FT의 분석이다.

클레어 웬함 런던경제학스쿨 글로벌보건정책과 부교수는 "라틴아메리카와 다른 개발도상국에 중국 백신이 더 많이 들어와있다"며 "이는 글로벌 보건 추세에서 중국의 보건 파워 지배력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중국 오성홍기와 코로나19 백신의 합성 이미지. © AFP=뉴스1 자료 사진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전통적인 지역 패권 국가인 미국에 수차례 도움을 호소해왔다.

루이스 아비나데르 도미니카공화국 대통령은 지난 3월 트위터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재고를 좀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고, 같은 시기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로 이뤄진 정상회담에서 백신 지원을 호소했다 단칼에 거절당한 일화는 유명하다. 대만과 '수교국' 의리를 지키느라 중국 백신을 받지 못한 파라과이도 미국의 문을 두드리며 "지금 답변을 안 주는데 우애가 무슨 소용이냐"고 토로(에우클리데스 아세베도 외교장관)하기도 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100일 내 1억 회분 접종' 목표를 2배 초과 달성한 이후 최근 '백신외교'로 눈을 돌릴 여유가 조금 생긴 모습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최근 미주소사이어티 컨퍼런스에서 "캐나다·멕시코와 백신 400만 회분을 공유했고 앞으로 두 달간 6000만 회분을 추가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라틴아메리카 지역에 국제백신협력프로그램 코백스(COVAX) 퍼실리티에 20억 달러를 기여한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미국의 제안은 최근 다급해지고 있는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6억5000만 인구 대규모 백신 수요에 비하면 작게 느껴진다고 FT는 지적했다. 이 지역 인구 규모 최상위권의 브라질, 멕시코, 콜롬비아는 이번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국가들이기도 하다.

결국 중남미 부자들은 백신을 맞기 위해 마이애미 등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있고, 대부분의 서민들은 공급 부족에 직면한 정부 접종 프로그램을 기다리고 있는 처지다. 돈도 돈이지만, 이들 국가 정부는 돈이 있어도 미국과 유럽에 순서가 밀려 백신을 얻지 못하고 있다. 위탁 생산도 수십년 사이 생산 거점이 아시아로 이동해 쉽지 않다. 뒤늦게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이 백신 개발과 위탁 생산에 뛰어들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제이슨 마크작 중남미연구소장은 "중국은 중남미 전역에 대한 소프트 외교 판도를 높이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왔고 코로나는 필요가 절실한 시기 중국이 긍정적인 불빛으로 보일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을 능가할 수 있고 다시 미국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가능한 한 빨리 중남미로의 백신 공급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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