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재추진..올해는 국회 통과될까

이경미 2021. 5. 1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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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심사 전 공청회 열어 의견 수렴
정부도 법개정 적극..의료계 반발이 과제
10일 국회에서 진행된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입법 공청회 모습. 김병욱 의원 유튜브 화면 갈무리.

해묵은 과제인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간소화가 올해 들어 다시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가 제도 도입에 의지를 갖고, 국회는 의료계의 입장을 일부 반영한 절충안을 법안으로 발의하는 등 합의 도출에 힘을 쏟는다.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 이후 12년간 논쟁을 거듭해온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올해는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0일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를 위한 입법 공청회’를 열었다. 청구 전산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 5개의 심사를 앞두고 각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다.

현재는 환자가 병원에서 진료받은 뒤 민간 보험사에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려면 병원에서 증빙서류를 받아 팩스나 휴대폰 앱 등을 통해 보험사에 보내야 한다. 절차가 번거로워 소액 진료비는 청구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난 6일 녹색소비자연대 등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가입자의 절반가량은 소액·절차 불편 등 이유로 실손보험 청구를 하지 않은 경험이 있었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환자가 병원에 요청하면 병원이 보험회사에 환자의 진료비 계산서, 영수증 등 증명서류를 전송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5개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다. 이 가운데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의 개정안은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줄이는 차원에서 정보 전송 중계기관을 공공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 했다. 심평원이 해당 정보를 중계만 할 뿐 보관·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하는 규정까지 뒀다. 심평원이 보험 청구 목적으로 수집한 환자들의 진료 자료를 바탕으로 비급여 진료비 가격을 낮추라는 압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의료계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나종연 서울대 교수 발표자료.

이날 공청회에서는 의료계, 보험업계, 학계 인사들이 나와 병원의 환자 정보 전송 의무, 의료정보 관리 등 쟁점을 두고 팽팽한 논쟁을 이어갔다.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는 “가입자의 불편으로 인한 절차 개선의 의무는 계약 관계인 보험사가 할 일인데, (계약 당사자도 아닌) 의료기관이 서류 전송의 주체가 되어 불편한 업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반면 신영수 변호사는 “의료법에서 의료기관이 제3자에게 진료기록을 전송하는 것을 인정하며 신용정보법에서도 금융기관 등이 소비자의 신용정보를 제3자에게 전송하도록 허용한다”며 “의료기관이 보험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환자의 의료기록 보유자로서 환자의 편익을 위해 협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소비자 편익을 앞세웠지만 보험업계의 이익을 대변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준현 건강정책참여연구소 대표는 “보험금 청구 포기는 절차의 번거로움보다는 소액이라는 점이 주된 이유”라며 “청구 간소화는 가입자의 편의성보다는 공보험 전산망을 활용해 비용 절감 및 가입자 정보를 활용한 상품개발 등 보험업계의 이해에 목적을 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반면 나종연 서울대 교수(소비자학)는 “거대 이익집단의 이해관계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환자이자 보험 가입자인 소비자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소비자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포기하는 있는 것으로 여러 조사 결과가 나타난 만큼 소비자의 시간과 노력 비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는 공청회를 바탕으로 향후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을 깊이 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법 개정에 적극적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공청회에서 축사를 통해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더 미루는 것은 디지털 혁신의 선두에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부끄러운 일”이라며 “청구되지 않고 버려지는 보험금과 서류를 받느라 허비되는 시간을 국민에게 돌려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지난 6일 적극행정위원회를 열어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를 중점 과제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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