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전쟁범죄 책임자
내전 와중 "인종청소·성폭력"
민간인 사망자만 최소 5만명
정교회 "국제사회 관심" 호소
[경향신문]
“에티오피아 정부군이 티그라이에서 대량학살과 성폭력을 자행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막아달라.”
에티오피아 정교회 아부나 마티아스 대주교가 8일(현지시간) 비디오 성명을 통해 내전 지역인 티그라이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살상을 폭로했다. 특히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사진)가 이 끔찍한 전쟁범죄의 책임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마티아스 대주교는 성명에서 “아머드 총리가 지휘하는 군인들이 티그라이에서 인종청소, 폭력, 살해, 성폭력을 자행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가 알아야 한다”고 했다. 마티아스 대주교의 성명은 지난달 녹화됐지만 당국의 방해로 공개되지 못하다 이날 가까스로 외부에 알려졌다고 가디언이 9일 보도했다.
아머드 총리는 이웃 나라인 에리트레아와의 해묵은 분쟁을 해소한 공로로 2019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나라에서는 평화를 짓밟으며 ‘전쟁을 일으킨 노벨 평화상 수상자’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정부군은 지난해 11월 티그라이 지방정부인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이 티그라이에 위치한 연방 군기지를 공격했다며 공세에 나섰고, 이후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100만명의 난민이 발생하고 400만명 이상이 식량과 원조가 필요한 상태다. 민간인 사망자만 최소 5만명에 달한다.
최근 벨기에 겐트대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군이 인종청소를 한다며 20건의 대량학살을 벌여 유아부터 90대 노인까지 수백명이 숨졌다. 여성들도 희생양이 되고 있다. 국제구조위원회(IRC)는 “정부군이 수백명의 여성에게 집단 성폭력을 자행했다”면서 “군대가 강간을 전쟁의 무기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종교 지도자까지 나서 도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은 낮다. 아프리카연합(AU)은 에티오피아 문제에 손을 놓고 있고, 주요 7개국(G7) 또한 “민간인 살해, 강간, 성적 착취, 그리고 다른 형태의 불법적 폭력을 규탄한다”면서도 전략적 동맹국이자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중재자인 에티오피아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한때 아프리카의 성공 사례로 꼽혔던 아머드 총리가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면서 “티그라이의 학대받고 버려진 피해자들은 세계에 외면당한 채 눈물의 바다에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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