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전산청구 0.1%인데"..다 하고 있다는 의료계

전혜영 기자 2021. 5. 1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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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손해보험협회

국민 상당수가 불편함을 호소하는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보험금 청구에 대해 의료업계가 이미 청구 간소화를 다 시행하고 있어 입법화가 필요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 전산 청구가 이뤄진 비율은 전체 보험금 청구 건의 0.1%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전체 의료기관으로 확대 시행해 국민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의 김병욱·성일종·전재수 의원(더불어민주당), 윤창현 의원(국민의힘)은 1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공동으로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입법 공청회'를 개최했다.

금융위원회·보건복지부의 후원으로 열린 이날 공청회에서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민간 핀테크(금융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이미 상용화 되고 있다고 강변했다.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미 청구 간소화를 시행 중으로 올해 하반기에는 전국 의료기관을 커버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실손보험 청구가 많은 의료기관은 이미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청구 전산화를 강제하는 법 개정은 의료기관의 반감만 자극한다"고 말했다. 서 이사는 "전산을 통한 청구량이 매년 수백%씩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보험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박기준 손해보험협회 장기보험부장은 "지난 4년간 민간 ICT(정보통신기술) 업체에서 청구 전산화 시도가 있었지만 전체 9만7000개 의료기관과 약국 중 약 145개 병원과 제휴할 정도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전산 청구는 보험사 전체 청구건의 0.1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9만7000개의 의료기관과 청구 전산화까지 수십년이 걸릴 수 있다"며 "국민들이 앞으로 수십년간 또 (종이서류를 내면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영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도 "이미 법 개정 없이도 민간회사들과 '일부' 의료기관이 청구 간소화를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 의료기관으로 확대하는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것이 합리적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의 입장도 의료계의 입장과 거리가 있다. 윤영미 녹색소비자연대 대표는 "2018년 금융위와 복지부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실손보험 청구방식이 편리하다'고 응답한 경우는 36.3%에 그쳤고, '실손보험금 청구 시 전산 청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78.6%였다"며 "본인 동의 시 진료받은 병원에서 보험사로 증빙서류를 전송하는 방식에 대해 85.8%가 동의했다"고 말했다.

의료계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민간보험 의료기관이 서류 전송 주체가 되는 것의 부당성 △전송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우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위탁업무의 적법성 등이다. 실손보험이 민간보험인데 의료기관이 환자 대신 보험회사에 서류 전송을 해주는 것은 일종의 업무 대행이기 때문에 부당하고, 환자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제공을 원하지 않는 정보까지 보험사로 무분별하게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중 핵심은 심평원에 있다. 지규열 대한의사협회 보험자문위원은 "의료기관의 자료 전송을 의무화하고 위탁기관으로 심평원을 활용할 경우 비급여 진료내역 등에 대한 자료 확보가 가능하다"며 "결과적으로 정부가 비급여 통제를 강화할 수 있고, 실손보험금 지급액도 절감해 전체 의료비 절감이라는 목적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 위원은 "이는 소액 보험금 청구도 간편하도록 하려는 개정안 목적과 전혀 다른 정책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며 "이런 결과가 과연 국민, 특히 실손보험 가입자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비급여 진료를 통제해서 의료비가 절감되는 효과를 거두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반면 보험업계는 의료계의 반대로 비급여 진료가 통제되지 않아 실손보험 손해율을 악화시키고 보험료 인상의 주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비급여 진료는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아 환자가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는데, 실손보험 가입자는 실손보험을 통해 보장받는다. 실손보험 가입자는 현재 3900만명(단체보험 가입자 포함)에 달한다. 실손보험금 지급액이 절감하면 실손보험 손해율이 개선돼 보험료가 인하될 여력이 있다.

나종연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국회사무처 연구용역보고서에서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문제는 거대 이익집단의 이해관계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서 반드시 성사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며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마땅히 누려야 하는 권리를 용이하게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제도개선을 권고한 후 12년째 답보상태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와 관련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5개가 발의됐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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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영 기자 mfutur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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