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에 코트를 놓고 경기하는 것 같았다"..'농구학자'가 본 '설교수의 농구강의'

조홍민 선임기자 dury129@kyunghyang.com 2021. 5. 1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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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KGC의 제러드 설린저가 지난 9일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을 이기고 우승한 뒤 시상식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KBL제공


‘정규리그 10경기+플레이오프 10경기’. 그가 최고의 외국인 선수임을 확인하는 데는 딱 스무 번의 경기면 충분했다. KBL 코트에서 묵직한 임팩트를 남긴 제러드 설린저는 소속 팀 KGC가 포스트시즌 10전 전승의 대기록을 세우는 데 지대한 공헌을 세우고 시즌을 마쳤다.

차원이 다른 농구를 선보인다고 해서 ‘설교수’란 애칭으로 농구판을 주름잡은 설린저의 짧지만 강렬했던 시즌을 어떻게 평가할까.

농구 전문매체 ‘점프볼’ 편집장 출신으로 ‘농구학자’로도 불리는 손대범 KBSN 해설위원은 10일 통화에서 ”설린저는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라며 “마치 자신의 손바닥에 코트를 올려놓고 경기를 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설린저의 대학 시절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남자농구 ‘파이널포’ 중계를 맡는 등 그를 쭉 지켜봐온 손 위원은 “공격 방식이 다양하다는 게 대학 시절 설린저의 장점인데 여기에 노련미가 더해지면서 더 위력적이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시즌 KBL에서 화려하거나 엄청난 플레이를 보여주진 않았지만 경기를 너무 잘 알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득점과 리바운드, 패스 등 공·수에서 기본적인 농구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동료들을 잘 파악하고 경기 조율을 하는 능력도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굳건한 멘털 역시 지금까지 보아온 외국인 선수들과는 다른 부분이었다고 지적했다. 몇 경기 뛰어보고 자기가 ‘통하겠다’ 싶으면 나홀로 플레이를 하거나 심판의 판정에 과도하게 항의하는 외국인 선수가 더러 있었는데 설린저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9일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도 설린저가 포스트업 할 때 KCC 쪽에서 치고 밀고 하는 파울성 플레이를 했어요. 보통 외국 선수 같으면 두세 번 당하면 흥분하는데, 설린저는 ‘그럴 수 있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뛰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기분 나쁜 티는 냈지만 경기에 나쁜 영향을 주지는 않더라구요.”

뿐만 아니라 농구와 팀을 대하는 자세 또한 모범적이라는 게 손 위원의 평가다. 경기 시작 두 시간 전에 나와 슛 연습을 하고 동료들을 챙겨주는 모습이 여타 외국인 선수와는 달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2000년대 중반 안양 SBS에서 뛰며 신드롬을 일으켰던 단테 존스나 득점력만큼은 일가견이 있었던 피트 마이클(2006~07시즌 대구 오리온스)과 비교하면 어떨까. 이에 대해 손대범 위원은 “화려함에서는 단테 존스가 설린저보다 낫지만 수비에서는 한정적이었다”고 했다. 이어 “피트 마이클 역시 득점력은 좋았지만 경기 전체를 놓고 볼 때 설린저를 따라가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최고의 개인은 있었지만 팀의 레벨을 한 단계 올려주고, 동료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려준 선수는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손대범 위원은 “설린저는 2년간의 공백 때문이었는지 본인이 잘 해야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했다”며 “내가 본 선수 중에 그는 단연 첫 손에 꼽을 만하다”고 칭찬했다.

조홍민 선임기자 dury12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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