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베로 시프트' 효과 한 달..한화가 야구를 읽기 시작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2021. 5. 10. 15:4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베로의 개막 한 달 시프트 효과
시프트 하다 보면 경기 읽는 능력 저절로
팀 타율, 볼넷 허용 리그에서 최하위
득점권에서는 공수 모두 강한 집중력
야구 읽는 눈에 성장 더해지면 시너지

[스포츠경향]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 연합뉴스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최고 성과는 ‘시프트’다. 처음에도 파격적이었지만 날로 진화를 거듭한다. 9일 잠실 LG전에서는 로베르토 라모스, 김현수 등 좌타 장타자를 상대로 외야 4인 시프트를 선보였다.

한화는 더블헤더 1차전 2회말 1사 뒤 LG 좌타자 로베르토 라모스 타석 때 볼카운트 2-0으로 타자가 유리해지자 하주석이 갑자기 자리를 옮겼다.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 담장 앞에 서는 ‘외야 4인 시프트’를 가동했다. 극단적으로 당겨치는 장타자 라모스에 대비한 시프트다. 타자가 유리한 카운트가 되면 속구 구사 확률이 높아지고, 이에 대한 라모스의 타격도 특정 방향을 향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수베로 시프트’의 열쇠라고 할 수 있는 유격수 하주석이 라모스의 타구가 많이 향하는 우중간으로 이동했다. 왼쪽부터 장운호-유장혁-하주석-임찬종이 늘어서는 외야 라인업이다.

2루와 3루 사이는 아예 비워뒀다. 3루수 노시환도 2루 베이스를 넘어 와서 자리를 잡았고 2루수 정은원도 내야 너머 잔디 위에 섰다. 1루수 힐리는 라인쪽으로 조금 더 붙었다.

한화의 외야 4인 시프트는 1-0으로 앞선 4회말 김현수 타석 때도 나왔다. 선두타자 김현수가 볼카운트 3-1으로 유리해지자 유격수 하주석이 우중간으로 이동했다. 김현수의 타구는 깊숙히 서 있던 2루수 정은원의 앞을 향했는데, 수비 위치가 깊었던 탓에 전력질주 한 김현수가 1루에서 세이프됐다.

한화가 9일 잠실 LG DH1차전 2회말 라모스 타석 때 선보인 외야 4인 시프트 | 이용균 기자


외야 4인 시프트는 더블헤더 2차전 드디어 성공했다. 2-1로 앞선 3회말 2사 뒤 라모스 타석 때 볼카운트 2-0이 되자 또다시 유격수 박정현이 외야로 이동했다. 라모스가 3구째를 강하게 때렸고, 오른쪽 깊숙한 곳을 향했지만 우익수가 파울라인으로 치우쳐 있던 덕분에 쉽게 잡을 수 있었다. 1점차 승부, 2사 뒤였더라도 2루타가 됐다면 경기 흐름이 어떻게 바뀔지 몰랐다. 한화는 2차전에서 5-4로 힘겨운 승리를 지켰다.

수베로의 성과는 겉보기로 ‘시프트’지만, 그 시프트가 가져오는 또다른 효과가 있다. 한화가 야구를 읽기 시작했다.

수베로 감독은 9일 기자회견에서 개막 뒤 한 달 동안의 성과를 묻는 질문에 “시프트를 비롯한 수비적인 부분은 캠프부터 많은 발전이 있었다”며 “팀 타율은 하위권이지만 득점권 타율이 상위에 있고, 투수들도 볼넷 많지만 득점권 피안타율이 낮다”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은 “중요한 상황에서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화의 팀타율은 0.243으로 리그 꼴찌지만 득점권 타율 0.296은 리그 3위다. 한화 투수진의 9이닝당 볼넷은 5.22개로 리그 꼴찌지만 득점권 피안타율 0.219는 리그 1위, 피OPS는 0.722로 4위다. 얼핏 이상해 보이는 기록이 바로 ‘시프트 효과’다.

‘수베로 시프트’는 점수와 이닝, 볼카운트 상황을 항상 머릿속에 두고 움직여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미리 예측하고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자연스럽게 경기 상황에 대한 이해도와 순간 집중력이 높아진다. 중요한 상황과 덜 중요한 상황이 자동으로 몸에 입력된다. 기본 스탯이 좋지 않더라도 득점권 등 중요한 상황이 되면 ‘시프트 효과’에 따라 저절로 집중력이 커지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지금까지는 패가 더 많지만, 타이트한 경기를 계속하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더 완성된 플레이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가 야구를 읽기 시작했다. 개인 능력의 성장이 더 해지면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