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사면 첫 입장서 '반도체 걱정'..고심 깊은 문대통령

최은지 기자 2021. 5. 1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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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경쟁력·과거 선례"..'이재용 사면' 요청에 '고뇌' 털어놔
이명박, 이건희 1인 특별사면 단행 '전례'..경제·종교계 탄원 '의견 수렴'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친후 질문을 위해 손을 든 기자를 지명하고 있다. 2021.5.10/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특별사면과 관련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 문제와 '국민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것과 달리 이 부회장 사면 문제에 대해서는 '경제 문제'를 강조하면서 문 대통령의 최종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한 후 취재진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필요성을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건의한 바 있고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앞서 사면에 대한 논의에 국민 통합과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하신 적 있는데 지금도 시기상조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을 바라는 의견들이 많이 있는 반면에 또 그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게 많이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한 사면 의견도 많이 듣고 있다. 경제계뿐만 아니라 종교계에서도 그런 사면을 탄원하는 의견들을 많이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먼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사실 전임 대통령 두 분이 지금 수감 중이라는 사실 자체가 국가로서는 참 불행한 일이다. 안타깝다"라며 "특히 또 고령이시고 건강도 좋지 않다고 하니까 더더욱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런 점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이 국민 통합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하고, 한편으로 우리 사법의 정의, 형평성, 국민들 공감대를 생각하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는 "지금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서 우리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더 높여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형평성이라든지, 과거의 선례라든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하지만 대통령이 결코 마음대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충분히 국민들의 많은 의견을 들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서는 정치인인 만큼 사법 정의와 국민 공감대를 강조했다. 반면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도 중요하지만 경제인인 만큼 현 경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중을 엿보였다.

여권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배경이 다르다. 한 부분은 국민통합에 방점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한 부분은 경제에 있어야 하니 배경이 같을 수가 없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답변은 그동안 청와대가 이 부회장 사면 문제와 관련해 밝힌 공식 입장에서 나아간 답변이다. 청와대는 "이 부회장 사면 건의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검토한 바 없으며, 현재로서는 검토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이날 답변에서 고심의 흔적이 여실히 드러났다. 질의응답 시간이 30여분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예민할 수 있는 사면과 관련한 질의에 방어하지 않고 솔직하게 고민의 지점을 털어놓은 것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한미일 안보실장회의에서도 반도체 공급망과 관련해 논의가 되면서 반도체가 곧 안보의 문제로 연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 과정에서 '과거의 선례'를 언급한 부분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 부회장의 선친인 고(故)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2009년 8월 배임·조세포탈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받은 후 4개월 만인 같은해 12월29일,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특별사면됐다.

'경제인 1인'을 위한 특별사면이 이뤄진 사례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이 전 회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활동에 꼭 필요하다"고 사면 이유를 밝혔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세번째 유치에 나선 상황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 전 회장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경제5단체가 '경제살리기'를 이유로 연말 사면을 요청하며 이 대통령은 경제인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그러나 당시 '단독 사면' 결정까지 청와대 안팎으로 진통을 겪었다. 경제인 사면에 대해서는 형평성 문제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경제계·종교계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당분간 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고뇌가 깊다는 뜻을 표시하신 것"이라고 밝혔다.

silverpa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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