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팬데믹의 그림자,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는 아이들
[경향신문]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3월부터 많은 학교들이 다시 문을 열었지만 상당수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길어지면서 많은 미성년 학생들이 아르바이트 등으로 집안 경제의 일부를 책임지고 있고, 갑자기 생활방식을 바꾸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연방정부의 최근조사를 보면 미 초·중고교의 12%정도만이 문을 닫았다. 학생들은 교실 수업과 온라인을 통한 원격 수업 중 선택할 수 있는데 많은 학생들이 원격 수업을 택하고 있다. 4학년과 8학년 학생의 3분의 1 이상, 고등학생의 경우 더 많은 학생들이 교실 대신 원격수업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전염병에 대한 우려때문이 아니다. NYT는 “지난 1년동안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가기 어려울만큼 삶의 방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 사는 고등학생 폴린 로하스는 NYT에 “학교로 돌아가는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로하스는 대유행으로 학교가 문을 닫은 뒤 1년여동안 패스트푸드점에서 매주 20~40시간씩 일했다. 그렇게 번 돈은 가족들의 인터넷 요금 등 생활비로 쓰였다. NYT는 “로하스가 철물점에서 일하는 어머니와 책임을 나누며 생계를 책임지는 자신의 새로운 역할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로하스는 “나는 더이상 어린애가 아니고 돈을 벌 수 있다”며 “엄마의 스트레스를 덜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NYT는 “대유행이 길어지면서 많은 저소득 가정의 부모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로하스처럼 10대들이 생계활동의 일부를 떠맡게 됐다”며 “부모들은 장기간에 걸친 휴교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보육계획을 세웠고, 학교로의 복귀는 현재 확립된 일상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은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안 등 유색인종과 저소득 커뮤니티에서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기준 백인 가정의 아이들의 경우 20%만 원격수업을 선택한 반면, 흑인과 히스패닉 가정 학생들은 절반, 아시아계 학생들은 3분의 2가 등교 대신 원격수업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히스패닉계 저소득 가구 학생이 많은 샌안토니오 학교의 교장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며 “학생들을 학교로 다시 데려오는 것이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30%만이 복학을 선택했다. 일부 이민자 가정에선 언어장벽과 지역사회에서의 소통문제 등으로 학교들이 다시 문을 열었다는 사실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교육전문가들은 소득격차에 따른 원격수업과 교실수업의 차이가 장기적으로 더 큰 격차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학교 주저현상(school hesitancy)’이라고 명명하고 ‘백신 주저현상’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해결해야할 사회적·교육적 위기라고 진단했다. 오하이오주립대의 정치사회학자인 블라디미르 코간 교수는 “백인 학생들은 교실로, 유색인종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듣는 2단계 교육시스템을 용납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NYT는 일부 학교에선 상담사들이 가정방문을 해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직접 설득하고 있으며, 학교에서만 누릴 수 있는 여러가지 이점에 대해서도 홍보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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