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지털 위안화 실험, 초반부터 뜨뜻미지근..왜?

박효재 기자 2021. 5. 1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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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 초상화가 새겨진 중국 위안화.

중국 정부의 디지털 화폐 실험이 초기 단계에서 호응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통신은 10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의 디지털 위안 사용 실험에 참여한 이들을 인용해 디지털 위안이 기존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대체할 만한 혜택이 부족하고, 중국 공산당의 감시망에 걸려들게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사용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고 전했다. 디지털 위안의 국제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실험 참가자들은 디지털 위안 결제가 편리하지만 앤트그룹의 알리페이나 텐센트지주의 위챗페이 등 기존 모바일 결제 시스템과 차별화되는 장점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중국 정부가 배포한 전자지갑 앱을 스마트폰에서 다운로드 받은 뒤 기존 은행계좌와 연동한 뒤 일대일 비율로 교환해 결제나 송금에 사용할 수 있다.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처럼 QR코드를 활용한 즉시 송금도 가능하다.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할 때는 근거리 자기장을 이용해 모바일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이 같은 편의성에도 실험참가자들은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기존 모바일 결제 시스템의 신뢰성이 더 높고, 소셜미디어에서 전자 상거래 플랫폼에 이르는 다른 앱 기반 서비스와 원활하게 작동한다는 점에서 디지털 위안으로 영구적인 전환을 위한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중국 아이리서치 컨설팅그룹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앤트그룹(알리페이)과 텐센트지주(위챗페이, QQ월렛)의 모바일 결제 시장 점유율은 각각 55.6%, 38.8%로 90%를 훌쩍 넘는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가 디지털 위안 결제 실험 참여 업체로부터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경우 10% 할인을 제공하며 디지털 위안 사용을 독려하고 있지만, 기존 모바일 결제 시스템 제공 업체들이 승차 공유 서비스부터 음식 배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거래에 할인을 제공하고 있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생활 침해 우려도 향후 디지털 위안 사용을 꺼리게 만드는 이유로 꼽혔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디지털 위안 사용 상인들에게는 모바일 결제 수수료 0.6%도 면제하고 대부분의 거래를 익명으로 남겨두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 3월 불법행위가 의심될 경우에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중국 인민은행은 오는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이전까지 디지털 위안화 상용화를 목표로 디지털 위안 사용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디지털 위안 사용을 늘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 과열을 막고, 궁극적으로는 위안화를 미국 달러화를 대체할 기축통화로까지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위안화의 국제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컨설팅업체 카프론아시아의 제논 카프론 전무는 “중국 경제와 금융시스템의 구조적인 변화를 제외하고 글로벌한 영향은 매우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프론 전무는 “현재 국제 결제에서 위안화의 비중은 약 3%로 중국의 해외교역규모 등에 한참 못미친다”면서 “디지털 위안화는 국제 결제에서 위안화의 비중을 1% 포인트 끌어올리기도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중국 사례가 국내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도입 검토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CBDC 거래 모의실험을 추진 중인 한국은행 디지털화폐연구팀은 “CBDC 도입 여부는 결정된 것이 없으며 우리의 실험은 향후 현금없는 사회, 금융거래 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지에 관한 것”이라면서 “각 나라가 처한 환경이 다르고 중국 사례가 대표적인 사례가 아니기 때문에 이 사례만 보고 도입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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