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이 지명 '허심탄회' 답변..문대통령, 68분간 '소통'

김상훈 기자 2021. 5. 1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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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연설 28분·질의응답 40분..유영민·서훈·이호승 등 3실장 배석
질문할 기자 직접 지명..인사청문회 등 민감한 현안에선 긴장감도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친후 질문을 위해 손을 든 기자를 지명하고 있다. 2021.5.10/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은 특별한 돌발상황 없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사전 각본 없이 이뤄진 기자회견에서도 문 대통령은 허심탄회하게 남은 임기 자신의 정국구상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최근 논란이 된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선 문 대통령도 긴장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1시간 8분여 동안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진행했다. 문 대통령이 춘추관에서 직접 언론과 회견을 갖는 것은 2017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이번 행사까지 총 8차례다.

문 대통령 기준으로 왼편에는 유영민 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이호승 정책실장 등이 자리했으며, 오른편에는 연설 사회를 맡은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이 자리했다.

짙은 회색 정장에 푸른색 넥타이 차림으로 연단에 선 문 대통령은 한 차례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뒤 연설에 임했다.

연설은 당초 20분 예정이었지만, 실제는 28분이 할애됐다. 문 대통령이 연설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경제'(48번)이었으며 이어 '국민' 29회, '코로나' 26회, '위기' 22회, '회복' 21회 등이 열쇳말로 등장했다. 경제를 강조한 것은 그만큼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 1년간 경제문제에 천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코로나19 극복도 핵심 주제로 다뤄졌다. 구체적으로 '방역'(11회)보다는 '백신'(13회)에 무게를 뒀다. 문 대통령은 "좀 더 접종이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9월 말까지 국민 전원에 대해 1차 접종을 마치고, 11월 집단면역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기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 과정에서 의미를 강조하고자 여러 차례 손짓을 하기도 했다.

연설 이후에는 3분 정도 연단을 좌식으로 바꾸는 정리 작업을 거친 뒤 기자들과의 회견이 시작됐다. 현장에는 코로나19를 감안해 출입기자단에서 추첨한 20명만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2021.5.10/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이번 회견에서 눈에 띄는 점은 프롬프터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질문 관련 요약도 따로 하지 않았다. 과거 신년 기자회견 당시 프롬프터 조작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라오며 논란에 휩싸인 바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아예 설치하지 않았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직접 지목한 기자들의 질문을 메모해가며 차례대로 답변했다.

첫번째 질문자로 나선 기자는 '지난 4년 문재인 정부 하에서 가장 유의미한 변화는 무엇인지', '아쉬움이 남는 정책적 국정운영상 판단의 지점은 무엇이었는지',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에서의 문제제기에 대한 대통령의 판단' 등 처음부터 3가지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꺼번에 너무 중요한 질문을 모아주셨다"라고 말한 뒤, 차분하게 답변을 이어나갔다. 먼저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선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를 꼽았으며,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도 그에 대해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고 자평했다.

또 지난 4년간 한국 사회의 가장 유의미한 변화에 대해서는 Δ한반도 평화 Δ일본 수출규제조치 극복 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3가지를 꼽았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긴장한 듯 취임 당시를 언급하면서 '2017년'이 아닌 '1917년'이라고 발언 실수를 하기도 했다.

이어 인사청문회 관련 답변을 할 차례가 오자 문 대통령은 "질문을 너무 많이 하셨다"며 웃기도 했다. 민감한 사안이지만 예상됐던 질문이었던 만큼 문 대통령은 긴장감 속에서 막힘없이 답변을 이어나갔다.

문 대통령은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까지 국회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하는데, 국회의 논의까지 지켜보고 종합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한 뒤, 적극적인 목소리로 각 후보자를 발탁한 이유를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청문회 거치는 인사를 할 기회가 별로 많지 않다"며 "저는 이대로 해도 괜찮은데 적어도 다음정부는 누가 정권을 맡든 더 유능한 사람을 발탁할 수 있는 청문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보자의 능력검증보다는 흠결만 놓고 따지는 '무안주기'식이 되고 있다면서 청문회 관행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친후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5.10/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교착 상태에 빠진 대북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의 반응이 대화를 거부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의 대북 정책 전모가 다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쨌든 우리 정부가 바라고 있는 방향과 거의 부합한다"는 등 자신감 있는 어투로 남은 임기 한반도 비핵화 구상을 펼쳐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 사면론 관련 질문에 대해도 앞서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나왔던 질문인 만큼 비슷한 기조로 답했다.

다만, 최근 재계를 중심으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선 반도체 위기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사면권이)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하지만 마음대로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해 정치인 사면과는 다른 고심의 흔적이 느껴졌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 질문자 선택 기회를 사회를 보던 정 수석에게 넘겼다. 마지막 질문을 한 기자는 '부동산 정책 기조'에 대한 입장을 다시 한 번 물었고, 이에 문 대통령은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며 "(참패로 끝난)보궐선거는 정신차리라는 '죽비'와 같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끝으로 정 수석은 문 대통령에게 "추가로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해달라"고 했고, 문 대통령은 "수고하셨습니다"는 말로 마무리 발언을 생략했다.

이후 연단으로 내려온 문 대통령은 청와대 관계자들의 안내에 따라 기자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간단한 목례를 한 뒤 참모진들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awar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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