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몇개 없던 매물도 다 들어가는 중".. 두달에 5000만원 뛴 노원구 가보니
“매도자가 거둔 매물을 확인하는 게 요즘 일과의 전부인 수준이죠”
지난주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에서 만난 공인중개업 관계자는 책상 위 모니터를 확인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상계동 주공아파트는 집값 상승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해 단지에 따라 매물이 하나도 없는 단지가 허다하다고 했다. 이날 만난 상계동 주민들은 ‘집값이 더 오를 것 같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한목소리로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세금 부담을 걱정하는 눈치였다.
노원구 일대에서 집값 상승 기대감 속에 아파트 매도 물량은 급감하고 호가는 뛰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첫째주 노원구의 아파트값은 0.21% 오르면서 4주 연속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노원의 상승세는 재건축 기대감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오세훈 시장이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서울 전역의 재건축 아파트 값이 들썩인 것이 첫번째 요인이다. 여기에 서울시가 부동산 시장 불안을 우려해 지난달 27일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주요 재건축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가운데 노원구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대상에서 제외됐다.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대적으로 작다고 판단된 셈이다.
이달 들어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매물이 줄어든 것은 서울 전역에서 확인되는 현상이다. 그러나 노원에서 매물 잠김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상계주공 11단지 소재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작년부터 부쩍 많이 오른 호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2000만원 가량 더 올랐다”면서 “쉽지는 않겠지만 오세훈 시장 당선 이후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커진 상태”라고 했다.
상계주공 12단지 소재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재건축 기대감을 가진 이들 중에서 자금이 부족해 여의도나 강남에 못 들어가는 사람들이 문의를 많이 한다”라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전인 지난달 초와 대비하면 호가가 9억에서 9억 2000만원 정도로 뛴 수준”이라고 했다.
아파트 값이 꿈틀대기 시작하자 집주인들은 내놓았던 매물을 거둬들이며 시장의 동태를 살피고 있다. 하계동 C공인중개업사무소 대표는 “서울시장이 바뀌고 나서 재건축 완화에 대한 기대 심리가 있어서인지 매물이 도통 나오지 않는다”라면서 “단지에 5개는 되던 매물이 뚝 끊겼다”고 했다.
가장 주목받는 곳은 이른바 ‘미미삼(미륭·미성·삼호3차)’이라고 불리는 월계 시영아파트다. 월계 시영아파트는 모두 3930가구에 달하는 규모다. 재건축 첫발을 뗀 강북 최대 재건축 단지 마포구 성산시영 아파트(3710가구)보다도 가구 수가 많다. 재건축이 본격화되면 노원을 비롯한 서울 동북권 일대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이날 찾은 노원구 월계동 시영아파트 일대 공인중개업 관계자들은 상승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월계시영아파트 인근 D공인중개사는 “미륭아파트 68㎡ 9억원, 삼호3차아파트 78㎡는 9억5000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두 달 새 각각 5000만원 정도 뛴 셈”이라며 “지난 3월 광운대역세권 개발 확정에서 시작해 오 시장 당선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제외까지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가격이 한 단계씩 뛰었다”고 했다.
E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현재 4000가구에 달하는 미미삼에서 물량은 스무개가 채 안 되는 수준”이라면서 “거래 하나가 이뤄지면 그보다 호가를 조금씩 올려놓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급격한 상승에 오히려 세금 부담을 느낀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상계동에서 만난 30대 주민은 “올랐을 때는 좋았지만 팔려고 하니까 세금이 너무 많이 나와서 사실 화가 난다”면서 “양도세만 6000만원 정도 나오는 수준인데 적지 않은 금액”이라고 했다. 그는 “오세훈 시장이 부동산 세 부담을 완화한다고 했지만, 어디 그게 시장 마음대로 되겠나”라면서 “아마 여당에서 협조를 안 해줄 것”이라고 했다.
중계동에서 피자집을 하는 50대 주민은 “물론 집값이 오르면 좋지만, 나와 같은 1주택자는 세금 부담이 더 와닿는다”라면서 “올해는 세금을 얼마 내게 될지에만 관심을 두지 집값 추이는 보지도 않는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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