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美 기록적 출산률 감소에도 기저귀값 폭등하는 이유

이슬기 기자 2021. 5. 1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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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양대 업체 기저귀 가격 전년보다 10%↑
일부 매장에선 기저귀 품귀 현상까지 빚어
코로나發 공급난 이어 남서부 기록적 한파
텍사스 최대 아크릴산 제조공장 가동 멈춰
재가동 후에도 시설 복구 느려 공급난 가중
미국 콜로라도주(州) 덴버의 한 대형마트에 P&G의 팸퍼스 기저귀가 진열돼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기저귀 값이 1년 전보다 10% 가까이 올랐으며 추가적인 가격 인상도 뒤따를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글로벌 제지업계 공룡이자 국내 기저귀 시장에서도 점유율 1위를 달리는 킴벌리-클라크와 프록터 앤드 갬블(P&G) 제품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저귀값 폭등에는 지난 2월 발생한 텍사스주(州) 한파 사태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WSJ은 이날 시장조사기관 IRI 자료를 인용해 미국 기저귀 가격이 1년 전보다 9% 넘게 올랐으며, 양대 기저귀 제조업체인 킴벌리 클라크와 P&G가 기저귀, 생리대 등 여성 위생용품 가격 인상을 추가로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하기스 기저귀 제조사인 킴벌리-클라크의 마이크 슈 최고경영자(CEO)는 “제품 값이 올라도 공급이 너무 빠듯해 좋을 것이 없다”며 “생산량을 최대한 늘리고 각 소매점에 공평하게 공급하도록 더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저귀의 주재료는 프로필렌 계통의 유기 화합물인 아크릴산(Acrylic acid)이다. 상온에서는 무색투명한 액체 상태이지만 고분자 수지로 만들면 기저귀와 생리대, 반려동물 배변패드나 아이스팩 등에 쓰이는 액체 흡수체가 된다. 2020년 초까지만 해도 아크릴산은 과잉공급으로 가격이 정체된 상태였다. 여기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세계적으로 출산율이 하락해 기저귀 수요가 더욱 감소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신생아 수는 전년(약 375만명) 대비 4% 감소한 360만5,201명으로, 지난 1979년 이후 가장 적었다. 가임여성 1000명 당 출생아 수는 56명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100여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960년대의 절반 수준이다.

2월 16일(현지 시각) 한파가 몰아친 미국 텍사스주(州) 리처드슨의 한 공무원이 얼어붙은 분수에서 얼음을 깨고 있다. /AP 연합뉴스

그러나 지난해 3월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 컨테이너선이 부족해지고 운임이 폭등하며 물류 대란이 발생했다. 공급 체계가 망가지자 제품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런 가운데 텍사스에 30년만의 한파와 눈보라가 몰아쳐 주정부 일대 전력 공급이 4일 간 중단됐다. 특히 미국 아크릴산 수요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텍사스 소재 세계 최대 석유화학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공급난이 한층 심화됐다. 이후 공장 가동이 재개됐지만 폭풍우로 손상된 파이프와 장비가 완전히 복구되지 않아 생산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태다.

보도에 따르면 텍사스 내 아크릴산 제조업체 등 다수 공급사들은 이번 한파로 ‘불가항력 조항'을 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재지변 등 인간의 통제권을 벗어난 재난으로 당초 계약한 공급량을 지킬 수 없게 됐을 때 기업이 피해보상 의무를 이행하느라 재정적 파탄에 이르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당시 백악관도 비상사태를 선포할 정도로 피해가 컸다. 아크릴산 생산 시설 관계자는 WSJ에 “생산과 공급이 점차 개선되고는 있지만 한파 이전과 같은 정상적인 상태로 복구하기까지는 수개월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관련 제품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P&G 측은 최근 아동 기저귀와 성인용 기저귀, 생리대 등 여성 위생용품 가격을 일제히 인상하고 “이 제품들은 모두 아크릴산이 주재료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킴벌리-클라크 역시 지난 3월 성명에서 “재료비 상승으로 기저귀 등 여러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품귀 현상도 나타났다. IRI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미 전역의 유통매장 가운데 기저귀 등 육아용품 매진 사태가 발생한 곳은 10%에 달했다. 3월 초 당시 이 수치는 2%대에 불과했었다. 한달만에 8%포인트가 오른 셈이다. 다만 저가 브랜드로 이동하는 움직임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IRI는 전했다.

슈퍼마켓 체인 B&R스토어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마크 그리핀은 WSJ와 인터뷰에서 “기저귀를 만드는 양대 브랜드의 제품 가격이 올랐지만 고객들은 여전히 더 저렴한 브랜드로 갈아타지 않고 있다”면서 “아기나 여성 위생용품은 품질이 중요한 제품인 만큼 소비자들은 값을 더 지불하더라도 고품질을 사기 위해 다른 분야의 생활비를 절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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