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격리기간 도시락 총52개 안 나와 15kg 빠졌다"

정충신 기자 2021. 5. 10. 08: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북한서나 있을법한 부실배식 결정판
30일 격리기간 도시락이 52개나 미지급돼 몸무게가 15㎏이나 빠졌다는 글이 9일 SNS에 게재됐다. ‘육군훈련소 대신전해드립니다’ 캡처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제보된 39사단 8일 조식. ‘육군 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처

2작전사 장병 9일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글…지난해말 도시락 90개 대신 38개만 지급

軍 코로나 부실 대응 SNS 폭로 점입가경…39사단 장병 8일 “똥국에 계란찜 하나, 김치 조금, 억울해서 제보”

“코로나 후유증으로 흉통 생겼는데 치료 제대로 못 받아” …육군 “충분한 진료여건 보장하겠다”

군 장병들의 ‘부실 급식’ ‘부실 격리시설’ 실태에 대한 폭로 글이 SNS를 통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주말인 9일 휴가 복귀 후 유증상으로 30일간 격리됐던 육군 병사가 도시락 지급 부족으로 15㎏이나 살이 빠졌던 고통스러운 경험을 7개월 만에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 올렸다.

육군 2작전사령부 소속 격리 장병은 국방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병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한 다음 날인 8일 육대전에 ‘똥국에 계란찜 하나, 김치 조금’ 부실한 아침 식단 사진과 함께 “억울해서 제보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장병 부실 급식이 현재진행형임을 폭로했다. 7일 육대전에는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흉통이 생겼지만 청원휴가로 나가 병원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글을 게재해 군 당국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7일 서욱 국방부 장관이 긴급 주요지휘관회의를 소집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휴가자 격리조치과정에서 발생한 부실급식 부실 격리시설 해소를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부실급식과 부실 치료 및 부실 배식 등과 관련한 장병들의 분노의 제보는 주말인 8, 9일에도 멈추지 않았다.

9일 육대전 홈페이지에는 육군 2작전사령부 예하부대 현역 장병의 부실배식을 넘어서 도시락 자체를 1달간 52개나 배급하지 않아 네티즌들을 경악하게 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에서나 있을법한 부실배식의 결정판”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 병사는 “30일 동안 격리돼 도시락이 총 90개가 지급됐어야 했는데 총 38개만 지급되는 바람에 65㎏이던 몸무게가 1달 뒤 50㎏으로 빠졌다”고 제보했다. 이 장병은 “지난해 10월 휴가 나갔다가 복귀한 뒤 3일 뒤부터 인후통 두통 콧물 등 증상이 발생해 유증상으로 30일 격리됐다”며 “격리기간 도시락을 치우지 않아 도시락 개수를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병사는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제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육군은 2작사 장병 제보 내용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격리 장병들에 대한 부실 급식이 논란이 그치지 않는 가운데 지난 8일 경남 함안 육군 39사단에서도 격리 장병에게 부실한 식단이 제공됐다는 폭로 글과 사진이 8일 육대전에 올라와 군 당국이 진상규명에 착수했다. 사진 속 식단은 검은색 일회용 도시락 용기에 밥과 계란찜 하나, 김치 조금이 담긴 모습이었다. 사진과 함께 제보자가 올린 ‘39사단 금일 조식 메뉴입니다. 국은 똥국입니다. 김 없습니다. 노란 반찬은 계란찜입니다. 정말 억울해서라도 이렇게 제보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이날 오후 3시 40분 현재 약 1600개의 댓글이 달렸다. 네티즌들은 “교도소보다 대접 못 받는 대한민국 병사들 안타깝다” “진짜 이 X 같은 대우 언제 바뀌나” “장병들이 바라는 거 큰 거 아니다. 격리자들에게 추가로 뭘 더 챙겨달라는 게 아니고 정량배식해달라는 거다”라는 등의 댓글을 달았다. 글이 올라오자 39사는 서둘러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39사에 따르면 해당 도시락은 코로나19로 격리된 장병에게 지난 8일 아침 식단으로 제공된 것으로 파악됐다. 부대는 반찬이 충분히 배식 되지 않은 이유 등에 대해 확인하고 있으며 부식 청구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39사 관계자는 “아침 식단 메뉴 편성이 장병들 눈높이에 부족했던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현장감독을 통해 장병들 입맛에 맞게 음식이 조리되고 충분한 양이 급식 되도록 더욱 관심을 두겠다”며 “격리시설 내 중식용 반찬을 추가로 구비해 제공하는 등 격리 장병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7일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흉통이 생겼지만 청원휴가로 나가 병원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해 부대에서 코로나19에 확진돼 2주 치료 후 복귀했다는 이 글의 작성자는 “부대 훈련 일정과 근무, 주위 전우 눈치, 출타 인원 제한 등으로 원하는 시점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또 “치료를 받으려고 청원휴가를 나가면 병원을 갔던 날만 휴가를 돌려주고 나머지 일수는 제가 가지고 있는 휴가에서 차감된다”고 밝혔다. 진료일만 청원휴가로 처리되고 이동 등에 필요한 기간은 따로 연차휴가를 써야 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 병사는 “부대에서 확진이 됐음에도 치료 기간이 끝나고 나서는 해주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서 “군 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하면 민간병원에 안 가도 되는데 국군수도병원에서도 (흉통의) 원인을 모르겠다고만 말한다”고 밝혔다. 육군은 이에 대해 “코로나19 후유증 전수조사를 통해 진료·심리상담과 후유증 모니터링을 위한 완치자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면서 “국방부 및 관련 기관 등과 협업해 충분한 진료 여건이 보장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정충신 선임기자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