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 "집단면역 없어도 경제 정상화 가능" [조재길의 뉴욕증시 전망대]
골드만삭스 "미·영은 이미 인구 60% 면역"
이번주엔 '고용 쇼크' 이어 물가 최대 관심
소득세 신고 만료 앞두고 매도세 발생하나
월트디즈니·도어대시 등 1분기 실적 공개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장기화하면서 집단 면역을 언제 달성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집단 면역을 이뤄야 비로소 경제를 정상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입니다.
역학자들은 인구의 60~80%가 바이러스 항체를 갖고 있을 때 해당 전염병에 대한 집단 면역이 달성되는 것으로 봅니다.
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는 2023년 중반은 넘어가야 글로벌 집단 면역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무디스의 카트리나 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세계 인구의 70% 이상이 면역을 갖출 때까지 경제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각국이 수출입이나 여행·사업 등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 DBS의 타이머 베이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팬데믹이 일시적이길 바라겠지만 현실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동시에 희망적인 전망도 늘고 있습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인구의 60%는 이미 항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밝히고 있는 미국 내 접종률이 46%(9일 기준)에 그치지만, 자신도 모르게 코로나에 걸렸다가 면역력을 갖게 된 사람이 상당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독일 프랑스 등은 오는 8월까지 이 정도 면역력을 갖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 덕분은 아니지만, 일부 신흥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까지 코로나가 창궐했던 페루에선 전체 인구의 72%, 멕시코의 경우 58%가 항체를 갖고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덕분에 올해 세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6.6%로, 비교적 높게 잡고 있습니다.
HSBC의 프레더릭 노이만 아시아경제리서치 책임자는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집단 면역과 경제 회복 사이의 상관 관계가 약화하고 있다”며 “인구 대비 50%만 면역력을 갖춰도 경제적 장애가 사라질 것”이라고 봤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된 것처럼 소비자들이 달라진 환경에 적응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모건스탠리의 데이 탠 이코노미스트는 “집단 면역이 경제 정상화의 필수 조건은 아니다”고 했습니다.
지난주엔 뉴욕증시에서 리플레이션(reflation·일종의 완만한 인플레이션) 장세가 다시 나타나면서 다우와 S&P 500 지수가 오르고 나스닥 지수는 떨어졌습니다. 이번주엔 어떻게 될까요.
아래는 매주 월요일 아침 국제부 정인설 기자와 함께 진행하는 유튜브 한국경제신문 채널 방송 내용입니다. 오전 8시 20분부터 생방송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우선 지난주의 뉴욕증시 마감 시황에 대해 설명해 달라.
지난주 금요일엔 시장이 기다려온 고용 지표가 발표됐는데, 결과가 충격적이었습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4월 고용 보고서를 보면, 비농업 부문의 신규 채용이 26만6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월가에선 최소 97만8000명(월스트리트저널)에서, 최대 210만 명(제프리스)은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3월 고용 역시 당초 91만6000명 증가에서, 77만 명 증가로 하향 조정됐습니다.
4월 실업률은 5.8%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6.1%로 뒷걸음질 쳤습니다. 경제 재개에도 고용 지표가 역주행한 겁니다.
증시는 고용 지표 악화에 반색했습니다. 다우 지수는 0.66%, S&P 500 지수는 0.74% 상승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나스닥 지수는 0.88% 올랐습니다. 지표 부진에 Fed가 조기 긴축에 나설 것이란 시장 관측이 후퇴하는 계기가 됐던 겁니다.
작년에는 나쁜 지표가 나올수록 Fed의 통화 완화 정책에 힘을 실어주면서 주가가 반등했는데, 최근에도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모습입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작성하는 ‘현재 분기 예측 모델’(GDP나우)의 2분기 성장률 추정치도 하향 조정됐습니다. 지난 4일 13.6%에서 3일 만에 11.0%로 낮아졌습니다. 그만큼 고용 충격이 컸다는 방증입니다.
다만 주간 단위로 보면 다우는 2.7% 급등했으나 나스닥 지수는 1.5% 하락했습니다.
며칠 전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수 있다”고 발언하면서 증시를 급랭시켰던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날 다시 “우리 경제가 이례적인 타격을 입었고 돌아가는 길은 평탄치 않을 것이란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고용 지표가 갑자기 악화한 배경이 있다면.
최근 들어 가장 실망스러운 지표가 나온 건, 수급 불일치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전국적인 봉쇄가 풀리면서 일자리가 빠르게 늘었고 기대치도 상승했으나 이를 메울 만한 인력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실업자들은 재난지원금과 실업수당 등으로 원하는 일자리가 생길 때까지 버티려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작년 3월 이후 연방정부는 종전의 실업수당에다 추가로 주당 300달러씩 얹어주고 있습니다. 최저시급을 받던 일자리의 경우 실업수당을 챙기는 게 오히려 이득이란 얘기가 나옵니다.
예컨대 요리사 초봉을 시간당 16달러(팁 포함)로 계산할 때, 1주일에 40시간 일할 경우 세전 기준 640달러를 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하지 않을 경우엔 매주 1016달러씩 소득을 올릴 수 있습니다. 코로나 지원금 때문입니다.
하지만 연방정부는 아직 800만 개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추가 부양책이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실업수당은 일단 9월 6일까지 지속될 예정입니다.
고용과 물가는 Fed가 정책 기조를 결정하기 위해 주시하는 두 가지 핵심 지표입니다. Fed는 그동안 “최대 고용을 달성하기까지 갈 길이 멀고, 고용 회복 역시 고르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4월 고용 보고서는 Fed의 이런 인식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보고서 발표 직후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장중 한때 연 1.50%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물가가 뛸 것이란 전망에 결국 연 1.60%로 마감했습니다. 전날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9.24% 급락한 16.69를 기록했습니다.
▶이번주에 Fed의 또 다른 핵심 지표인 물가 지수가 나오는데.
12일에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공개됩니다. 역시 4월 기준입니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고용에서 물가로 빠르게 이동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 예상은 급등 쪽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구리 목재 옥수수 등 원재료 중 가격이 안 뛰는 게 없을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설문조사한 결과, 전문가들은 4월 물가가 작년 동기 대비 3.6% 상승할 것으로 봤습니다. 3월의 2.6%보다 크게 높아질 것이란 예상입니다.
변동성이 큰 식음료와 에너지 가격을 제외할 경우(근원 CPI) 2.0% 오를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작년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선언 직후의 기저 효과 탓입니다.
CPI는 전달 대비로는 0.2% 올라 3월의 0.6% 상승보다는 완화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이 물가 지표가 예상치를 웃돌면 시장 금리 상승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매달 1200억달러에 달하는 채권 매입 규모를 조금씩 줄여나가는 테이퍼링 압력도 커질 수 있습니다.
다만 Fed는 수차례에 걸쳐 “4~5월의 물가 급등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시장의 내성을 키워왔습니다. 물가가 급등하더라도 “다시 완화될 것”이라고 강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걸 믿느냐 안 믿느냐는 시장의 영역입니다.
▶주목할 만한 다른 지표 공개 일정이나 이벤트가 있다면.
오는 17일은 소득세 신고 만료일입니다. 투자자들이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일부 주식을 매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바이든 정부는 연소득 10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자본소득세를 현행 20%에서 39.6%로 높이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세금이 오르기 전에 차익 실현에 나서려는 수요가 일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금융 회사인 BTIG의 줄리언 에마뉴엘 수석 전략가는 “일부 투자자들은 자본소득세 논란을 주식 매도의 구실로 삼으려고 할 것”이라며 “이 부분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14일 나오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소매판매 동향은 미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의 핵심 지표입니다. 3월의 소매판매는 추가 부양책 시행 직후였던 덕분에 전달 대비 9.8% 급등했는데, 4월 상승률은 이보다 크게 줄었을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이번주 예정된 주요 경제 지표 일정>
12일(수) 소비자 물가지수(4월, 전달엔 0.6%) / 근원 CPI(4월, 전달엔 0.3%) / 재정수지(4월, 전달엔 740억달러 적자)
13일(목) 신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 생산자 물가지수(4월, 전달엔 1.0%)
14일(금) 소매판매(4월, 전달엔 9.8%) / 수입 물가지수(4월, 전달엔 1.2%) / 산업생산(4월, 전달엔 1.4%) / 미시간대 소비자 태도지수 예비치(5월, 전달 확정치는 88.3)
▶Fed 인사들의 발언도 이어질 예정인데.
이번달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지 않습니다. 다음달 중순 차기 정례회의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Fed 인사들이 자유롭게 강연에 나섭니다.
지난 6일 “주식 등 자산 가격이 큰 폭으로 뛰면서 취약성이 동반 상승했다”며 거품 붕괴 가능성을 공개 경고했던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이사는 11일에 화상으로 발언합니다. 그는 과거 Fed 의장 및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입니다.
Fed 내 2인자인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12일), FOMC의 당연직 위원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11일) 등이 어떤 발언을 내놓을 지도 주목됩니다. Fed 내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분류되면서 조기 테이퍼링을 주장해온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는 14일 강연합니다.
대부분은 “테이퍼링 등 긴축을 논의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입니다만, 일부 위원이 기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이번주 Fed 주요 인사들의 강연 일정>
11일(화)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이사 /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12일(수) 리처드 클라리다 Fed 부의장 /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13일(목)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 /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14일(금)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
▶1분기 실적을 공개하는 기업 중에서 주목할 만한 곳이 있다면.
이번주에도 700곳에 가까운 뉴욕증시 상장 기업들이 1분기 성적표를 공개합니다. 도어대시와 에어비앤비, 월트디즈니, 팔란티어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조사 업체들에 따르면, S&P 500 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의 80% 이상이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주에 실적을 발표하는 주요 기업>
10일(월) 타이슨푸드 / 듀크에너지 / 캘러웨이 골프 / 허츠 글로벌 홀딩스 /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 노바백스 / 버진 갤럭틱 / 바이오엔테크 / 웨이보 / 윈리조트 / 파티시티 / 에너자이저
11일(화) 팔란티어 / B&G푸드 / 체서피크 에너지
12일(수) 웬디스 / 도요타 / 소프트뱅크 / 알리안츠 / 니콘 / 브룸 / 잭인더박스
13일(목) 월트디즈니 / 에어비앤비 / 도어대시 / 알리바바 / 버버리
14일(금) 혼다
▶이벤트가 적지 않으니 이번주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지난주 금요일의 ‘고용 쇼크 보고서’ 때문에 이번주엔 물가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을 것 같습니다. 시장 흐름을 좌우하는 Fed의 정책 기조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주엔 ①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예상치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② 소득세 신고 만료를 앞두고 매도 움직임이 나타날지 ③ Fed 인사들이 테이퍼링 관련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④ 월트디즈니와 도어대시 등 주요 기업들이 깜짝 실적을 이어갈지 등이 관심을 모을 전망입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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