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야 정신차리지"..車노조 '몽니'에 일자리 40만개 사라진다
[편집자주]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코로나19 여파에 차량용 반도체 쇼크까지 확산되며 전례없는 업황 불확실성에 시달리고 있지만 르노삼성·한국GM 등 일부 국내 완성차업체 노조들이 파업에 나서거나 '하투(夏鬪)'를 대비한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판매 부진과 영업 적자가 이어지면서 대내외 경쟁력까지 떨어지고 있는 회사 상황을 고려치 않은 노조의 일방통행식 투쟁이 기업을 생존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조 때문에 망할거다. 문 닫고 철수해라."
"직장잃고 백수되면 후회할 것이다. 취업 못하는 청년들 줄섰다."
최근 국내 완성차업계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한층 더 싸늘해졌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차량용 반도체 공급대란까지 겹치면서 생존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무리한 성과급 요구와 비정상적인 파업을 반복하자 '저주'에 가까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판매 부진에 시달리면서 대규모 적자를 낸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GM의 경우 '노조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부각되며 '철수설'까지 불거졌다.
노조는 10개월째 협상을 끌어오다 급기야 지난 6일 기습 파업까지 단행했다. 지난달 30일에 이은 올해 2번째 파업이다. 사측이 수익성 악화가 심각한 직영 정비사업소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10곳 중 2곳(인천·경남 창원)을 폐쇄한다는 방침에 반발하며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일부 조합원들은 상복을 입은 뒤 관까지 들고 정비사업소에 난입하기도 했다. 노조는 '요구 수용 전까지 무기한 파업'을 선언한 상태다.
르노삼성은 지난해에도 총 195시간 노조 파업으로 161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올해도 46시간 파업(지난 4일 기준)에 따른 손실액이 벌써 580억원에 달한다. 이번 임단협이 극적으로 타결되더라도 곧바로 올해(2021년) 임금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는 현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악재가 될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1년 내내 노사 협상만 하다가 끝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GM도 마찬가지다. 노조는 최근 차량용 반도체 공급 대란에 감산으로 버티고 있는 사측에 1인당 1000만원이 넘는 성과급 요구가 담긴 임금 인상안을 확정해 통보했다.
회사 내부에선 이달 중 첫 노사 상견례가 이뤄지면서 본격적인 '하투(夏鬪)'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두고 판매 회복세 조짐이 보이자마자 노조가 또다시 발목을 잡는 건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노조 파업으로 2만여대의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서 3000억원대 손실이 났다.
이와 관련해 르노그룹의 제조·공급 총괄 임원인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제조원가는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캡처와 비교하면 2배에 달한다"며 "부산공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새로운 방법을 찾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앞서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대표가 "한국시장에 남아있길 강하게 원한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파업 때마다 '철수설'이 나오는 한국GM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며 노조를 압박한 셈이다.
한국GM은 이미 2018년에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전북 군산공장을 폐쇄하는 초강수를 두며 노조에 직격탄을 날린 경험이 있다. 당시 1900명의 일자리가 눈앞에서 한번에 사라졌지만 한국 사업장의 철수를 막고 나머지 임직원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조도 이 자구안을 수용했다.
아울러 2009년 사측의 구조조정에 반발해 약 76일간 경기도 평택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옥쇄파업' 노조의 역사를 쓴 쌍용차도 당시 해고자들의 복직까지 이뤄냈지만 결국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10년만에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다시 일자리를 잃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르노삼성·한국GM과 같이 파업을 선택했던 기아의 행보도 주목된다. 올 들어 현대차와 같이 실적 호조세를 보이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기아 노조가 현대차 협상 강도에 따라 수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르노삼성·한국GM 노조를 향한 악화된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운영위원장은 "신차부족과 노사갈등 등으로 한국GM·르노삼성·쌍용 3사의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국내 완성차업체간 양극화도 심화됐다"며 "지난해 현대차·기아 시장 점유율이 70%를 돌파한 가운데 3사는 영업실적 악화로 점유율이 떨어지면서 수입차에 역전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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