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고령화시대 숙제 '건강한 노화'

2021. 5. 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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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노화제어전문연구단 책임연구원
권기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노화제어전문연구단 책임연구원

2025년 대한민국은 인구 5인 중 한 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국가가 된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수명은 늘어나지만 노인성 질환의 유병률은 점차 증가한다. 노인의료비의 사회경제적 문제도 우려된다. 과연 '건강한 고령화'를 위해 국가는 무엇을 어떻게 대비하여 하는가.

노화에 따라, 뚜렷한 질병이 없다 하더라도, 인간이 신체에서 눈에 띄게 잃어버리는 게 무엇인가? 근육이다. 젊었을 때 한창이던 근육은 나이가 들면서 매년 1%씩 사라진다. 많은 60대는 근육이 이미 40% 사라진 후다. 멀쩡할 리 없다. 우선 보행과 운동능력이 쇠퇴하고 힘을 못 쓸 뿐 아니라 자세도 꾸부정하다. 이와 같은 근육감소가 더욱 무서운 것은 이차적으로 대사질환, 심혈관계 질환, 그리고 인지력 저하, 우울증 마저도 일으킨다는 것이다. 심각한 질환들과의 연결고리가 하나 둘씩 과학적으로 입증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2016년에는 WHO(세계보건기구)가 이 근감소증(Sarcopenia)에 대하여 질병코드를 부여하게 되었고 이에 대한 진단, 예방, 치료법 연구개발이 가속화하기에 이르렀다.

나이가 들면 왜 근육이 소실되는가? 노화와 함께 근육은 신규생성이 감소할 뿐 아니라 위축(atrophy)이 진행된다. 근섬유의 합성과 분해의 상반된 기전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고 있어야 하지만 노화가 진행됨으로써 이것이 분해 쪽으로 기울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는 근육줄기세포(또는 근원세포)의 분화력이 감소하는 기전과 단백질 합성이 감소하는 기전, 그리고 근섬유 분해효소가 양적으로 증가하는 세 가지 기전이 포함된다. 이들 기전 어느 하나를 막으면 근감소증을 치료할 수 있다.

이를 위하여 글로벌 기업을 선두로 다양한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노바티스와 리제너론은 각각 항체치료제를 개발하고 있고 임상2상 시험까지 진행한 바 있다. GSK와 머크사는 합성호르몬조절제를 개발하고 있다. 한국은 2021년 표준질병사인분류 KCD-8 개정안에 근감소증의 질병코드를 부여하였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근원세포의 분화력을 촉진시키는 저분자화합물 및 근섬유 분해효소 저해 RNA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2020년 연구원창업기업 ㈜아벤티에 기술이전함으로써 후속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다.

근육이 신체에 미치는 다양한 역할은 운동의 효과를 연구함으로써 밝혀지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기원전 400년경 히포크라테스는 이미 "걷기가 최고의 약"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근육이 기초대사량을 올림으로써 비만 당뇨와 같은 대사성질환을 치유하는 원리는 이미 상식선이다. 그러나 이와 다르게 근육이 수축운동에 따라 '마이오카인'이라는 종류의 물질을 분비하여 신체대사를 촉진한다는 연구결과는 극히 최근에야 알려지게 되었다.

마이오카인들은 염증을 낮추고 뼈의 생성을 촉진하며, 동맥경화를 저해하고 당과 지방대사를 촉진한다. 그뿐만 아니라 인지기능을 향상시키고 우울증을 낮춘다. 근육이 새로운 시각에서 재조명받게 된 큰 이유는, 마이오카인 분비로 신체의 다양한 기관에 순기능적 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앞으로 선진국을 포함하여 마이오카인을 항노화 바이오로직스 치료제 후보로 앞다투어 개발할 것이 자명하다. 국내에서도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벤처기업에서 신규 마이오카인 후보를 공동개발 중에 있다.

'근육노화'는 최근까지도 비인기 연구 테마였다. 근육은 사람 몸무게의 약 40%를 차지하는 가장 큰 조직이고, 체내 당의 60% 이상을 흡수, 저장 함에도 불구하고 관심 밖이었다. 왜냐하면 당장 사망에 이르는 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체 장기 중에 유일하게 약이 없는 장기로도 일컬어졌다. 그러나 최근 10년 사이에 이 분야 연구의 관심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가까운 시기에 고령층 유병률이 20%를 상회하는 근감소증에 대한 최초 (First-in-class) 의 진단, 예방 및 치료 기술들이 새로운 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미래시대에는 소위 '근육회춘' 기술이 고령층의 삶의 질을 개선할 뿐 아니라, 전신의 노화와 퇴행성 질환들의 치료에 폭넓게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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