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시로 노래한 한국여성 40명의 삶

박영서 2021. 5. 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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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서노(召西奴)는 주몽을 도와서 고구려를 건국했고, 아들인 온조가 백제를 건국하는데 큰 힘이 되어준 여성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시대와 이념의 벽을 부수고 아름다운 역사를 만든 멋진 여성 40명의 삶을 노래한 시집이다.

우리 역사의 반을 담당해온 여성들의 '위대한 업적'을 시의 형식을 통해 만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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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 나라 역사를 만든 여성들 홍찬선 지음 / 스타북스 펴냄

소서노(召西奴)는 주몽을 도와서 고구려를 건국했고, 아들인 온조가 백제를 건국하는데 큰 힘이 되어준 여성으로 알려져 있다. 두 개의 고대국가 건국에 있어 핵심적 역할을 한 것이다. 소서노가 우리 민족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장부로 불리는 이유다. 단재(丹齋) 신채호 선생은 미완성으로 남은 '조선상고사'에서 "고구려 건국은 추모(鄒牟, 주몽)가 연타발의 딸인 소서노와 결혼해 그녀의 재산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합작"이라고 소개했다. 김부식도 '삼국사기'에서 소서노를 높이 평가했다.

이런 여성이 어디 그 한 명 뿐이겠는가. 평강공주는 바보 온달을 명장으로 키워냈고, 선덕여왕은 지혜로 남자들을 휘어잡았으며, 백선행은 악착같이 번 돈을 모두 사회를 위해 썼다. 남자현은 조국 독립을 위해 손가락 3개를 잘랐고, 이태영은 호주제가 없어질 때까지 싸웠다.

여성이 없는 역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의 문이 열리면 바로 여성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웅녀(熊女)가 그렇고 이브가 그렇다. 여성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번영했다. 단군이 이 땅에 나라를 세운 뒤 조선 초기까지만해도 그랬다. 하지만 조선 중기 이후 역사의 흐름이 갑자기 바뀌었다. 공자와 맹자의 경전에도 없는 '남존여비'(男尊女卑)라는 도그마를 신봉하는 주희(朱熹)의 성리학(性理學)이 이데올로기로 고착되면서 여성의 잠재력은 사장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뛰어난 능력과 부드러운 포용적 지도력으로 청사를 빛낸 여성들이 적지 않았다.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남성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묵묵히 해냄으로써 캄캄한 나라의 앞날을 밝히고 일제에 강탈당했던 국권을 회복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여성의 이름은 전해 내려오는 것이 많지 않다.

이 책은 시대와 이념의 벽을 부수고 아름다운 역사를 만든 멋진 여성 40명의 삶을 노래한 시집이다. 저자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환경을 탓하지 않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훌륭한 여성들을 알림으로써 현실을 이겨내고 밝은 미래를 준비하자는 뜻에서 시를 짓고 책을 냈다. 저자는 시집에 등장한 여성 한 사람 한 사람의 연고지를 직접 찾아가 그 숨결을 찾았고 그들의 궤적을 시로 썼다. 우리 역사의 반을 담당해온 여성들의 '위대한 업적'을 시의 형식을 통해 만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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