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 10년경험 밑천삼아 배달대행업 차렸죠"

오대석 2021. 5. 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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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철·문지영 스파이더크래프트 공동대표
배달기사로 일하다 아예 창업
배달은 기술보다 사람이 중요
라이더가 돈벌수 있어야 성공
전국 배달망 반년만에 구축
"같은 라이더(배달기사) 출신이 창업해 사장이 되는 것을 보고 희망을 얻었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10년 넘게 이륜차를 몰며 배달 현장에서 일한 경험이 사업 성장의 비결이기도 하고요. 라이더와 이들이 속한 배달지사의 고충을 해결해주는 '컨설팅 창구'이자 성장을 이끄는 '창업사관학교'로 현장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유현철·문지영 스파이더크래프트 공동대표는 배달대행 서비스를 '노동 기반 플랫폼'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은 세계에서 음식배달 문화가 가장 발달한 나라다. 배달의민족이나 쿠팡 같은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로 언제 어디서든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정보기술(IT) 기업이 혁신의 주체로 드러나 있지만 그 편리함의 밑바탕에는 배달대행 서비스가 있다. 배달 앱이나 음식점의 판매시점 관리 시스템(POS) 단말기와 연동되는 전용 앱으로 실제 라이더에게 요청을 보내는 것은 이들의 몫이다. 배달대행 서비스는 음식점과 계약을 맺어야 할 뿐만 아니라 구역마다 배달을 책임지는 독립 사업자인 '배달지사(대리점)'를 자사 소속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실제 라이더들은 배달지사 밑에 소속돼 일하는 구조다.

유현철 대표는 "인적 네트워크 기반인 배달대행은 자본이나 기술만으로 되지 않는다. 아마존이 음식배달에 실패하고 우버이츠가 국내에서 철수한 것도 결국 사람 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라이더들이 가장 먼저 돈을 벌어야 하고 배달지사 사장이 그다음이다. 본사는 이들에게 고부가가치 사업 등 성장 기회를 몰아주면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지영 대표도 "배달대행 플랫폼은 사람관리가 최우선"이라면서 "어떤 기술력과 아이디어가 있어도 인력관리 없이는 사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스파이더크래프트는 보통 5년이 걸리는 전국망 구축을 6개월 만에 해냈다. 2019년 창업한 뒤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30% 성장했다. 대구 이남 지역과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배달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곳도 늘고 있다. 오랫동안 배달대행 업계에서 만든 인적 네트워크가 급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유 대표는 배달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치킨 집부터 시작해 심부름 서비스까지 배달기사로 10년 넘게 일했다. 2009년 국내 최대 배달대행 서비스 기업 '생각대로'를 창업했다. 그때부터 "길에서 살았다"고 할 정도로 전국 각지 배달지사를 돌며 끈끈한 관계를 만들어왔다. 문 대표 역시 8년 전 배달 앱 서비스를 창업했을 정도로 업계에서 잔뼈가 굵다.

특히 라이더들과 공감하고 배달지사에 법무부터 운영 노하우까지 전수하는 '컨설팅'이 큰 호응을 얻었다. 유 대표는 "모두 경험해봤기 때문에 라이더나 배달지사 사장들의 고충과 성장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도 잘 알고 있다"며 "우리에게 온 뒤 수익이 다섯 배가 늘어난 지사도 있다. 입소문이 나면서 신규 창업 문의 또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표도 "스파이더는 라이더의 사회보험 보장과 처우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며 "플랫폼 종사자 보호를 위한 법안들이 제정되고 있는데, 영세 소상공인인 배달지사가 사업장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파이더크래프트는 '스파이더고(GO)' 프로젝트로 배달지사들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스파이더고는 휴식 공간에 불과한 배달지사 사무실을 '돈 버는 공간'으로 개선하는 것이 골자다. 이륜차 수리센터와 결합, 무인 커피 판매, 다른 택배사와 공간 공유 등으로 수익을 올리게 돕는다. 지도 플랫폼 개발사인 아이나비시스템즈의 모회사 '팅크웨어'와 손잡고 라이더들의 운행 빅데이터를 분석해 배달에 특화된 전용 지도도 개발하고 있다. 그들은 "부피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라이더, 배달지사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며 "음식배달뿐 아니라 모든 생활 편의 서비스를 이륜차에 기반해 제공하는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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